삼성물산이 최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신축공사를 수주했다. 규모는 회사의 상반기 전체 해외 수주실적보다 큰 19억 달러(약 2조5000억원)다.
삼성전자가 총 170억달러(약 22조3000억원)를 투자해 짓기로 한 테일러시 신규 공장 건설 프로젝트의 일부다. 업계에선 삼성물산이 프로젝트의 상당 부분을 맡을 것이고 실제로 이미 물밑에서 참여 중인 걸로 알려져 왔는데, 공식적으로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고 수주고를 올린 건 이번 공사가 처음이다. 앞으로 프로젝트 진행에 맞춰 삼성물산의 해외 수주실적도 꾸준히 성장할 거란 기대가 나온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오스틴 법인과 19억1434만 달러(약 2조5000억원) 규모의 테일러 공장 신축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공사기간은 지난해 12월부터 내년 10월까지다. 앞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가계약의 일종인 '기초공사에 대한 제한적 착수지시서(LNTP)'를 체결하고 해당 부지의 땅고르기 작업과 기초공사 등을 해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양사가 공식적으로 계약하고 해외건설협회에 수주 신고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 맞는다"면서 "수주금액은 진행 상황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수주 신고는 해당 수주금액을 자사 해외 실적에 반영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다.
삼성전자는 1998년부터 오스틴시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인근 테일러시에 신규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현재 착공을 앞두고 있다. 건설사들 입장에선 올해와 내년에 걸쳐 수조원 규모의 대형 일감들을 따낼 기회가 열린 셈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향후 20년에 걸쳐 총 1921억 달러(약 252조원)를 투자해 테일러와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 11곳을 짓겠다는 뜻을 최근 밝혔다.
건설업계에선 삼성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삼성물산이 이번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자가 될 거란 게 기정사실로 통하고 있다. 삼성전자 공장은 기술 보안을 이유로 삼성물산이 주로 공사를 맡아왔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반도체 평택캠퍼스도 삼성물산이 공사를 맡고 있다.
이번 수주는 그 기대가 실현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 추가 수주를 통해 삼성물산의 해외 실적이 크게 성장할 거란 기대도 나온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테일러 공장 시공을 모두 우리가 맡진 않겠지만, 보통 우리가 맡는 (삼성전자 공장의) 공사 금액이 타사에 비해 많긴 하다"고 말했다.
이번 수주금액은 삼성물산은 물론 업계 전체의 올해 해외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누적 49억2304만달러(약 6조5000억원)의 수주고를 달성했다. 업계 1위 규모다. 전체 실적의 39%를 이번 공사 1건으로 올린 것이다.
삼성물산의 올해 상반기 전체 수주실적보다도 규모가 크다. 삼성물산은 상반기에 16억8242만달러(약 2조2000억원)를 수주했다. 순위로는 삼성엔지니어링에 근소하게 밀렸었다. 이달 들어 미국, 캐나다, 인도,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의 공사 수주가 반영되면서 실적이 수직상승한 건데, 상승분(32억4061만 달러·4조2000억원)의 절반 이상이 테일러 공장 1건에서 나왔다.
업계 전체로 보면, 올해 상반기 해외 수주실적은 총 120억3972만 달러(약 15조8000억원)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8.4% 감소했다. 하지만 이날 기준으론 누적 170억5211만달러(22조4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을 역전해 13% 증가한 상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앞으로 삼성물산뿐 아니라 여러 건설사의 미국 시장 동반 진출, 특히 중소 건설사의 진출 기회도 생길 수 있다"면서 "테일러 공장 프로젝트에 대한 건설업계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삼성전자 프로젝트의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국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경우 메인시설은 삼성물산이, 환경시설 등 기타시설은 삼성엔지니어링이 통상 맡아왔다"면서 "이번에도 내부에서 기대는 나오고 있는데 아직 사업 참여가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