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까지 부동산 증여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서 부동산 이월 과세 일부를 손질할 것으로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 이월과세 손질에 올해 안에 증여 문의↑

2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세제개편안에 증여 관련 내용이 있다는 사실이 미리 알려지며 올해 안에 부동산 증여를 마무리 해야 하느냐는 질의가 늘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부동산 이월과세 적용기간은 종전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월과세란 증여를 받은 사람이 5년 이내에 증여받은 토지나 건물 등을 양도하면 취득가액을 증여자 취득가로 적용해 계산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2015년에 7억원짜리 주택을 어머니로부터 증여받은 A씨가 2018년에 이를 매도하려고 할 때, 양도세 계산은 A씨의 증여가액 7억원이 아닌, 어머니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계산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부동산을 증여받고 10년 내 매도할 경우 이월과세를 적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A씨의 경우라면 2020년 이후로 매도하면 이월과세 적용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2025년 이후여야 한다는 뜻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2022 세제 개편안 당정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7.1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 “하락장에 이월과세 손질되면 증여 반짝 늘어날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이 주춤한 상황에서 이월과세 제도가 개편되면서 하반기 부동산을 증여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필요할 때 유동화에 나서기 어렵게 만드는 족쇄가 더 조여지기 전에 증여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최근 주택 시장은 빙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래가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 20일 기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지역 한 달 평균 아파트 거래 건수는 1288건으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304건)에 비해 3분의1 수준이고, 2020년 같은 기간(7246건)과 비교하면 5분의1 수준이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런 때 주택을 매도하려면 급매가격으로 낮춰야 하는데 그럴 바엔 가족에게 증여하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라면서 “세 부담으로 부동산 증여가 한 차례 진행됐고, 잠잠해지던 추세지만 올 하반기까지 증여가 반짝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2019년 아파트 전국 증여건수는 6만4390건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9만1866건으로 급격히 뛰었다. 지난해에는 7만8418건으로 다시 줄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개편 직전 증여 수요가 몰릴 수 있다”면서 “세금 부담으로 올해도 ‘똘똘한 한 채’를 중심으로 증여 문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증여 건수는 연말까지 완만하게 오를 수도 있겠다”고 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에서 증여에 의한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건수는 1534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하반기 감소하던 증여 건수는 올해 들어 조금씩 늘고 있다. 증여에 의한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 건수는 작년 4월 2980건으로 연중 최고치를 찍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813건, 2월 852건, 3월 942건, 4월 1792건 등으로 증가세다.

한편 강남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를 거래 가능한 매물 감소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M공인중개업소 소장은 “증여가 이뤄지면 지금까진 5년간 시장에 잘 나오지 않았는데 이제 10년까지 늘어난다고 하면 주요 지역의 부동산 중 거래 가능한 매물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