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이 늘어나면서 시행사들이 홍보를 위해 방송사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방송을 타면 임대 문의가 확실히 늘어난다고 한다.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는 방송사 입장에서도 공간 섭외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3일 부동산 개발업계에 따르면 SK D&D는 최근 MBC에브리원에서 방송되는 ‘다시 첫사랑’의 촬영지로 임대주택인 ‘에피소드 수유 838′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첫사랑이었던 남녀 커플 네 쌍이 모여 추억을 회상하고 아쉬움을 달래는 동시에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지를 관찰한다. 커플 네 쌍이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SK D&D의 임대주택 브랜드 ‘에피소드’의 공간이 자연스레 노출된다. SK디앤디는 2020년 성수101, 성수121을 시작으로 서초, 강남, 신촌, 수유 등에 에피소드 임대주택을 잇따라 준공한 바 있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쾌적한 주거환경이 배경으로 자연스레 노출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면서 “방송 직후엔 확실히 문의가 늘어난다”고 했다.

일러스트 = 이은현

1세대 부동산 디벨로퍼 신영이 지은 ‘신영지웰 왕십리’도 jtbc에서 방영한 ‘내가 나로 돌아가는 곳 - 해방타운’을 통해 전파를 탔다. 신영지웰 왕십리는 신영이 동대문(2017년)과 서초(2019년)에 이어 선보인 세 번째 지웰홈스 시리즈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이다.

‘내가 나로 돌아가는 곳 - 해방타운’은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절실한 기혼 셀러브리티들이 그동안 잊고 지냈던, 결혼 전의 ‘나’로 돌아가는 모습을 그린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신영지웰 왕십리는 기혼 셀러브리티가 혼자 지낼 수 있는 공간으로 비춰진다.

이 곳에서 출연자 한 명은 오랜 친구들을 모아 파자마 파티를 했는데, 집안 곳곳이 비춰지며 관심이 커진 바 있다. 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빌트인 가전, 가구, 주택 도면이 속속 공개되는 만큼 견본주택 투어를 안방에서 TV로 하는 효과를 낸다”고 했다.

이는 개발업계와 방송업계가 ‘윈윈’하는 구조다.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시행사 입장에서는 이를 브랜드화 하고 홍보하는 데 방송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비용 절감을 넘어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기회다. 과거에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공간을 빌리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공간을 빌리면서 임대료에 사용료까지 얹는 경우도 많았다. 촬영 중 파손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시행사들의 구애가 이어지면서 협찬 명목으로 오히려 수익을 얻는 수단으로 바뀌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요즘은 홍보비 명목으로 돈을 주고 주택을 노출시키는 경우가 많다”면서 “임대주택 시장이 기업으로 넘어오면서 분양·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또다른 시행사 관계자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방송에 한번 나가면 문의 전화가 확실히 늘어난다”면서 “방송 프로그램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