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 11월 법인·외지인을 대상으로 한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 거래 전수조사 방침을 밝힌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 인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엄포가 통하지 않은 셈이다.

일러스트=손민균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록된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전국에서 거래됐다고 등록된 아파트 2만9528채(10일 기준) 가운데 1만2736채가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인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거래의 43.13%가 저가 아파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는 현재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의 시세는 대략 1억7000만~1억8000만원 사이에 상한선이 형성돼 있다는 점을 이용해, 1억7000만원 이하 거래 건을 집계한 결과다. 지난 1월에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의 거래 비중이 전체의 41.11%였는데, 비중이 커진 셈이다.

일부 단지는 한 달에 수십건씩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경기 안성시 공도읍 ‘주은청설’은 지난달 총 53건의 매매가 이뤄졌다. 올해 1~4월 매매량도 132건에 달해 경기 지역 매매 거래량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월 17건에 불과했던 매매량은 3개월 만에 3배가 됐다.

주은청설 아파트 인근 ‘주은풍림’ 역시 지난달 매매량이 41건에 달한다. 이 단지는 올해 들어서는 112건이 거래됐다. 두 단지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인 소형 아파트라는 특징이 있다. 지난 주은풍림 전용 39.36㎡의 경우 지난달 26일 1억3800만원에 거래됐는데, 해당 면적 전세가가 1억2000만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2000만원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지방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강원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 역시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인 강릉시 입암동 ‘입암주공6단지’다. 이 단지는 지난달에만 19건의 매매가 이뤄졌다. 지난달 강원에서 아파트 매매량 2~3위를 차지한 춘천시 퇴계동 ‘퇴계주공2단지’와 원주시 태장동 ‘금광포란재1단지’도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다.

충남에서도 지난달 아파트 매매량 1~3위를 차지한 단지 중 2개가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초원그린타운’은 지난달 50건이 매매됐다. 천안시 서북구 ‘월봉청솔1단지’는 지난달 33건의 매매가 이뤄졌다. 전용 50.16㎡로만 구성된 월봉청솔1단지는 올해 1억~1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앞서 작년 11월 정부는 지방 저가주택을 매집하는 행위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주택 수나 법인 여부에 관계없이 1.1%의 취득세만 부담하면 되는 저가 아파트로 투자수요 유입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전수조사 엄포 이후 주춤해졌던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 인기는 최근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저가 아파트 투자 열풍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 상당수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을 뜻하는 ‘전세가율’이 높아 이른바 ‘깡통전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초원그린 전용 39.27㎡는 지난 4월 9200만원에 매매됐는데, 같은 달 8500만원에 전세거래가 체결되기도 했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다운계약서 등 불법 행위가 이뤄지지 않은 한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를 정부가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 “저가 아파트는 1000만~2000만원으로도 투자가 가능해 대출규제의 ‘무풍지대’이기도 해 정부의 경고 이후 눈치보기 하던 투자자들이 다시 몰리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고 대표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도 투자가 가능하지만, 투자자들이 사들인 수십채의 아파트들이 나중에 매물로 쏟아져나올 경우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면서 “전세세입자는 세입자대로 깡통전세의 가능성을 따져보고 계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