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쌍용건설과 손을 잡고 리모델링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SK에코플랜트·현대엔지니어링 등에 이어 최근에는 호반건설도 쌍용과 함께 리모델링 사업에 진출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성동구 응봉동 신동아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달 26일 대의원회를 열고 쌍용건설과 호반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조합은 설계비와 공사비 등을 협의한 후 조합 총회를 거쳐 최종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응봉 신동아아파트는 4개동·15층·434가구에서 4개동·18층·499가구로 재탄생하게 된다.

서울시 성동구 응봉 신동아아파트 리모델링 아파트 전경. 신동아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조합은 지난달 26일 호반건설-쌍용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네이버거리뷰

조합 측은 지난해 두 차례 입찰을 진행한 끝에 작년 8월 현대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이후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아 지난 1월 현대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지했다. 이 틈을 타 1·2차 입찰에서 현대건설에 밀렸던 쌍용건설이 호반건설과 컨소시엄을 꾸려 의향서를 제출했고, 조합 측은 쌍용-호반 컨소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과 건설사 간 협의가 잘 이뤄지면 이르면 9월쯤 조합원 총회를 거쳐 시공사 선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호반건설이 리모델링 분야에서는 수주 실적이 없지만 주택건설 부문에서는 좋은 입지를 확보하고 있고, 또 준공 경험이 있는 쌍용건설과 함께 들어왔기 때문에 우선협상자로 지정했다”고 했다.

호반건설이 리모델링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호반건설은 ▲용산 국제빌딩 5구역 정비사업 ▲새만금 태양광3구역 ▲광명 10R구역 재개발 ▲대전 도마·변동 11구역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수주한 적은 있지만, 리모델링 사업 실적은 전무했다. 이번에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하게 되면 호반건설의 사업영역도 넓어질 전망이다.

최근 호반건설처럼 쌍용건설의 손을 잡고 새롭게 리모델링 사업에 진출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인천 부개주공3단지 리모델링 사업 시공권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 SK에코플랜트와 작년 3월 광명철산 한신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한 현대엔지니어링이 대표적인 사례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쌍용건설과 컨소시엄을 꾸려 인천 부개주공3단지 리모델링 사업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사업은 1·2차 입찰에서 SK에코플랜트-쌍용건설 컨소시엄만 참여하면서 유찰된 바 있다. 선정 결과는 5월 말쯤 나올 예정이지만, 두 차례 입찰에 참여한 SK에코플랜트-쌍용건설 컨소시엄의 수주 가능성이 크다.

조합 측은 1,2차 입찰공고에서 준공실적이 있고, 시공능력평가가 10위 이내인 사업자로 참여 조건을 제한했다. SK에코플랜트는 국내 시공능력 10위권 건설사 중 유일하게 리모델링 참여 경험이 없는 곳이라 참여가 불가능했지만, 준공 실적이 있는 쌍용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루면서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부개주공3단지는 수평·별동 증축을 통해 1724가구가 1982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작년 3월 광명철산 한신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하며 업계에 처음 진출한 현대엔지니어링도 쌍용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리모델링 첫 수주에 성공했다. 1992년 준공된 철산 한신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1568가구가 1803가구로 늘어날 예정이다. 공사비만 약 4600억원 규모에 달해 광명에서는 ‘리모델링 최대어’로 꼽히는 단지다.

이처럼 수주실적이 없는 건설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쌍용건설과 컨소를 꾸려 리모델링을 수주하려는 것은 국내 대형 건설사 중 리모델링 준공 실적이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리모델링 준공 실적을 갖춘 건설사는 6곳(삼성물산, 쌍용건설, 포스코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HDC현산, 대우건설)에 불과하다.

특히 쌍용건설은 리모델링 준공실적이 많아 협업을 원하는 건설사들이 많다. 쌍용건설은 2007년 1월 국내 리모델링 1호 아파트인 ‘방배궁전 예가 클래식’을 시작으로 2호인 ‘당산 예가 클래식’, 3호인 ‘도곡동신 예가 클래식’, 4호인 ‘밤섬 예가 클래식’까지 총 12개동 약 1000가구에 달하는 준공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리모델링이 준공된 사업장 중 쌍용건설이 시공을 맡은 곳은 43%에 달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쌍용건설은 리모델링을 오래 해왔고, 수주실적도 많아 함께 사업을 하려는 건설사가 많다”면서 “호반건설이나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와 같이 현금 동원력은 좋지만 수주 실적이 많지 않은 회사들은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에 참여하기 좋은 파트너로 생각될 것”이라고 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쌍용건설이 리모델링 사업을 준공해 본 경험이 수주실적도 많다보니 함께 사업을 하자는 건설사들이 많다”면서 “호반건설처럼 신용도가 좋은 회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기술력과 신용도를 모두 잡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두 회사 모두에 긍정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