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는 인천 부평구 청천동 국가산업단지에 사업비 1조원, 국내 최대 규모의 상업용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사진은 해당 데이터센터의 조감도. /SK에코플랜트 제공

건설사들이 데이터센터 임대 사업에 잇따라 도전하고 있다. 단순히 이동통신사나 정보기술(IT)기업의 수주를 받아 시공만 해주는 걸 넘어 디벨로퍼(부동산개발사업자)로서 직접 데이터센터를 소유, 운영하고 고객사를 상대로 임대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사업비 1조원, 국내 최대 규모의 상업용(임대용) 데이터센터인 부평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 사업에 올해 착수, 2024년 가동할 예정이다. 회사는 “이번 사업을 통해 시공 중심에서 벗어나 EPC(설계·조달·시공)까지 수행, 본격적인 데이터센터 사업 개발자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고 했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이통사·IT기업과 직접 시장 점유율 경쟁을 벌이겠다는 건데, 건설업계에선 GS건설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두 회사가 새로 하려는 사업은 데이터센터를 자체적으로 갖추지 못하는 IT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데이터센터 수요가 큰 대기업을 상대로 데이터센터를 빌려주는 사업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커진 IT 서비스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IT 기업들의 대규모 데이터 저장과 처리를 위한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사업 규모는 2020년 약 5조원에서 2025년 약 10조원으로 연 평균 15.9% 성장할 걸로 전망된다.

건설사 입장에선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일회성 수익에 그치는 시공을 넘어, 꾸준한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운영 사업까지 하겠다는 건 이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IT업계에 따르면 고객사가 내는 데이터센터 임대 요금은 사양, 즉 필요한 네트워크 속도와 서버 규모에 따라 통상 월 수백만~수천만원이다.

다만 건설사에겐 진입장벽도 있다. 주택 등 일반 건축물과 달리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선 IT 인력과 관련 기술 등 역량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런 역량을 갖춘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사와 네이버·카카오 등 IT기업이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했고, 이런 역량이 없는 건설사는 점유율이 전무한 상황이다. 삼성물산·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조차도 이런 이유로 시공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데이터 센터 사업이 쉽지 않을 거라는 시각을 가진 경우도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사내 전산 시스템 운영 정도를 위한 IT 인력만 두고 있어, 데이터센터를 가져도 운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매각말고는 방법이 없다. 운영은 사업적 메리트(이점)가 없다는 뜻”이라며 “그렇다고 IT 역량을 새로 갖추는 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이 진입장벽을 넘기 위해 그룹 내 IT 계열사, 외부 파트너사와 손잡는 전략을 택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그룹 IT 계열사인 SK C&C, SK브로드밴드의 데이터센터 시공을 전담하면서 운영 노하우를 함께 배웠다”며 “이를 통해 자체 운영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부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첫 도전인 부평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싱가포르의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 디지털엣지와 합작사를 세웠다. SK에코플랜트가 2020년 신설한 데이터센터 전담 조직 ‘스마트데이터센터사업그룹’과 디지털엣지의 인력이 함께 데이터센터를 개발, 운영한다. 향후 임대 수익은 운영 주체인 합작사의 지분에 따라 양사가 거의 절반씩 나눠 갖는다.

GS건설은 2020년 안양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을 통해 데이터센터 운영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사업비는 2674억원 규모로 SK에코플랜트보다 작지만, 1년 빠른 2023년 상반기 가동해 건설업계 1호 데이터센터 운영 사업자로 자리잡고 이후 사업 규모를 늘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GS건설은 이 데이터센터 운영을 전담할 자회사 ‘디씨브릿지’를 지난해 5월 설립했다. LG CNS 클라우드서비스담당 상무 출신의 양재권 대표가 이끈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데이터센터 완공과 운영을 앞두고 IT 인력을 수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운영 사업자로서 건설사의 경쟁력을 두고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증권전산업체 코스콤은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건설사는 데이터센터 개발의 최대 난점인 부지 확보, 민원 해결, 전력 공급 방안 도출 등에 경쟁력이 탁월하다”면서 “통신사가 독점하던 데이터센터 공급사슬(밸류체인)에 이젠 건설사 등 다양한 주체가 협력 개발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