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재생사업 중 하나인 골목길 재생사업이 주민들의 철회 요구가 이어지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작년 말 사업지 2곳이 한번에 골목길 재생사업을 철회했는데, 3개월 만에 세 번째 사업 철회지가 나왔다.

최근 서울시의 골목길 도시재생사업 선정에서 철회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본동 영신로 9길 일대 / 다음 로드뷰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달 25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본동 영신로 9길 일대를 골목길 재생사업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말 처음으로 서울 내 사업지 2곳에 대한 사업 선정이 철회된 이후, 또다시 철회지가 나타난 것이다.

앞서 작년 12월, 성북구 성북동 선잠로 2가 일대와 광진구 자양동 뚝섬로 30길 일대도 골목길 재생사업을 철회했다. 성북동은 지난 2018년, 자양동은 2019년 각각 골목길 재생사업지로 선정됐는데, 주민 반발로 사업이 중단된 끝에 철회됐다.

영등포본동 사업지는 지난 2020년 10월 골목길 재생사업지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사업비 11억원을 투입해 이 일대 1만5400㎡를 개발할 예정이었지만, 선정 3개월 만인 작년 1월 이 일대가 포함된 도림·영등포동에서 공공재개발 정비사업을 신청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재개발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열망이 컸다. 시에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골목길 재생사업지 선정 후 불과 3개월 만에 공공재개발을 신청하면서 사업이 중단됐고, 투입된 사업비도 없었다”고 말했다.

골목길 재생사업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추진한 도시재생사업 중 하나다. 일정 지역을 대규모로 재생하는 기존 도시재생사업과 달리 1km 내외의 골목길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사업이다. 소규모인 만큼 짧은 기간 내에 주거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골목길 재생사업은 재개발 발목을 잡아 주민 반발을 사왔다. 도시재생사업지는 재개발을 위한 정비계획 입안 자체가 불가능하다. 도시재생에 예산이 투입된 상황에서 재개발을 다시 추진할 경우 정비계획 입안 검토에 예산이 또다시 쓰이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5월 오세훈 서울시장 집권 후 골목길 재생사업에 대한 반발이 더 거세졌다. 오 시장이 공공이 지원해 민간 재개발의 사업 기간을 줄이는 내용의 ‘신속통합기획’을 시행하면서, 재개발을 요구하는 주민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 시장 취임 후 골목길 재생사업 주관부서인 도시재생실도 6년 만에 폐지됐다.

서울시도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꿨다. 작년 6월 골목길 재생사업 철회 요건을 완화한 것이다. 기존에는 골목길 도시재생사업을 철회하기 위해 토지 등 소유주 50% 이상,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 동의 등을 받도록 했지만, 작년 11월부터 주민동의 요건을 아예 없앴다.

골목길 재생사업을 철회하는 지역은 앞으로 더 나올 전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신속통합기획 등을 위해 사업을 중단한 곳이 4곳에 달한다. 성북구 장위동, 구로구 가리봉동, 강동구 천호동, 마포구 신수동 등이다. 총 56개 사업지 중 17곳이 사업을 완료했고, 32곳은 용역 절차 등에 들어간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골목길 도시재생사업 선정지 대부분 노후가 심한 지역이라 사업이 완료된 지역 주민들의 절반 이상은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면서 “다만, 주민들의 사업을 원하지 않는 지역도 있어 주민 여론을 적극 반영해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