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부터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예고한 가운데 ‘마지막 비규제 물건’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며 완판에 성공했던 레지던스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용도전환 허용 등 한시적인 완화 조치 혜택이 사라지고, 부동산 거래가 뜸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생활형숙박시설이 밀집한 부산 해운대에서는 현재 ‘힐스테이트 해운대 센트럴’과 ‘해운대 비스타 오션 헤리티지’를 분양하고 있다. 작년 12월 청약 당시 힐스테이트 해운대 센트럴의 경우 경쟁률이 455.4대 1 수준이었고, 같은 시기에 분양한 비스타 오션 헤리티지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당첨자들이 줄줄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아직도 잔여세대 분양이 이뤄지고 있다.

부산에서 분양한 한 레지던스. 기사와는 관련이 없음.

레지던스를 주로 중개하는 해운대 미듬부동산 관계자는 “두 단지 모두 층수가 좋은 매물만 계약이 진행됐고, 현재 힐스테이트 해운대 센트럴은 3분의2, 해운대 비스타 오션 헤리티지는 절반만 계약이 됐다고 들었다”면서 “좋은 라인·큰 평수 매물은 초피(초기 프리미엄)도 1000만~2000만원씩 붙었는데 이제는 5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고 했다.

해운대 일대 레지던스는 작년 9월까지만해도 프리미엄까지 붙으면서 거래가 이뤄졌다. 정부가 작년부터 레지던스가 주거용으로 불법 전용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도입했지만, 이미 분양한 레지던스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을 허용하는 등 양성화 통로를 열어뒀기 때문이다. 이미 분양공고를 낸 레지던스의 경우 홍보 현장에서 ‘규제를 피한 마지막 상품’이라는 문구를 내걸었고, 성황리에 계약을 마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혜택은 이미 분양된 레지던스에만 적용됐다. 정부는 작년 10월 14일 레지던스를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고를 내면서 공고 시점 기준으로 이미 사용승인을 받았거나 분양공고를 낸 레지던스에만 이 조치가 적용된다는 단서조항을 내걸었다. 정부 공고 이후 분양한 레지던스를 계약한 수분양자가 이를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건축법상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정부 규제로 신규 분양 상품의 인기가 뜸해지자, 이미 입주를 마친 레지던스도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운대에서 가장 유명한 레지던스인 중동 ‘엘시티(LCT) 레지던스’는 2020~2021년 사이 가격이 급등했지만, 지금은 주춤하고 있다. 해운대 인근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LCT 레지던스의 경우 가격이 2배 이상 올랐지만 지금은 주춤하고 있다”면서 “가격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거래도 잘 안되고 호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거래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공급 물량이 몰렸던 시흥시 정왕동 시화호 인근 반달섬·거북섬의 경우 올해들어 높아진 대출금리와 정부규제 등으로 매수문의가 뚝 끊겼다는 게 인근 부동산의 설명이다. 오션뷰 등 방향이나 입지가 좋은 경우는 여전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작년 만큼의 프리미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는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를 비롯해 반달섬 더하이브, 거북섬 웨이브엠 등이 분양됐다. 이 중 거북섬 웨이브엠은 아직 분양을 마치지 않았지만,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와 반달섬 더하이브는 모두 완판되며 계약이 끝났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청약 당시에는 계약과 함께 바로 프리미엄을 붙여 전매를 해도 거래가 됐다.

인근 B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해 라군 인테라스처럼 인기가 많았던 곳은 프리미엄을 1억원까지 내고서라도 매입하려는 분들이 있었는데, 요즘 분양하는 곳은 작년과 비교해 인기가 적고 문의도 많지 않다”면서 “정부의 대출규제까지 강화되면서 분양받고도 전매하려는 수분양자들도 있다. 하지만 거의 안팔린다”고 했다.

C 공인중개소 관계자도 “올해는 거래가 사실상 전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그나마 거북섬 쪽은 반달섬에 비해 공급물량이 많지 않아 수요가 있지만, 이마저도 조망이나 입지가 좋지 않은 곳은 문의가 끊겼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더 많은 것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레지던스가 모여있는 부산이나 시화호 인근 지역의 경우 이미 공급 물량이 포화된 상태라서 위치가 좋은 곳이 아니면 작년만큼의 인기를 끌기는 어렵다”라면서 “요즘에는 그나마 공급물량이 적고 국내 관광객이 모이고 있는 강원도나 경주, 포항쪽으로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