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시공자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 인가 이후'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생겼다. 서울시의회에서 관련 조례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고, 오는 6월 열리는 정례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정례회를 통과하게 되면 자금난에 시달리는 조합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18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전날 오전 향후 의사일정을 논의하는 과정에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골자로 한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성배 국민의힘 의원 발의)을 오는 6월 10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307차 정례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재건축이 진행중인 서울시내 한 아파트 모습./뉴스1

이 안건은 이성배 의원이 지난 1월 말 발의한 것이다.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서울시가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이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정비구역의 경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후 총회에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된 사업장은 시공자 선정 시기를 앞당긴다는 의미다.

당시 이 안건은 도시계획관리위원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오는 6월 회의에서 상정이 결정되면서 통과 가능성이 생겼다. 이 의원은 "지난번 회의에서는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정비사업 속도가 너무 빨라져 시중에 풀리는 주택 물량이 너무 많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해 보류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면서 "시의회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6월 정례회에서는 신통기획 대상지가 아닌 일반 정비사업지에서 시공사 선정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조례안도 함께 상정된다. 지난 10일 김종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안건은, 정비계획이 수립된 조합이 조합원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조합 총회에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잇따라 시공자 선정 시점을 앞당기는 조례안이 발의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비조합의 시공자 선정 시점을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로 정하고 있는 서울시에서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 선정이 가능해질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 도시정비법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시공사를 선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처럼 공공지원제도를 도입한 시·도에서는 시공사 선정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공공지원제도는 조합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정비사업을 추진하도록 공공지원자가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서울시는 이 점을 활용, 시공사 선정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늦췄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때 통과된 설계안에 따라 시공사가 입찰하도록 해, 과도한 공사비 증가를 막고 설계변경을 최소화해 사업 속도를 높이는 것이 당초 취지였다.

그러나 이로 인해 조합들은 적잖은 재정난을 겪게 됐다. 통상 조합들은 시공자 선정 전에 각종 업체 선정 및 용역 비용을 지출해야하는데, 시공사 선정이 늦어지면 이 돈을 대부분 빚을 내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 공적자금을 활용해 일부 금액을 융자 형태로 지원하기는 하지만,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부족하다.

조합에서 준비한 설계안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더라도, 대부분의 사업지에서 시공사가 제안한 설계안을 반영해 설계 변경이 이뤄지는 것도 현행 제도의 맹점으로 지적됐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재건축 조합이 사업시행인가 총회 때 확정한 설계에서 10% 이상을 변경할 경우 서울시 재심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른 시간 지연과 공사비 추가 부담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번 안건이 통과될 경우 서울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의 자금난이 줄어들면서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조합 입장에서는 시공사를 선정해야 본격적으로 사업비를 쓸 수 있고, 선정 전에 필요한 돈은 서울시에서 일부 융자를 지원하지만 나머지는 빚을 내서 써야 한다"면서 "시공사 선정이 앞당겨지면 사업 속도가 빨라지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에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한 추진위원장은 "안건만 통과되면 자금난이 해소되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절차가 빨라져 장기간 사업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서울 시내 여러 조합 혹은 추진위원회들에는 희소식이 될 것"이라면서 "10대 시의회 임기가 6월 말에 끝나고 7월부터는 새로 선출된 의원들로 11대 시의회가 구성되는데, 6월 회의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