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10일 확정되면서, 정권교체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여파에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의 대표적 실정(失政) 중 하나로 역대급 부동산 가격 폭등이 꼽혔던 만큼 오는 5월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민생 과제 1번 역시 ‘부동산 시장 안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이 문재인 정부와 사뭇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후반까지 공급을 늘리는 대신 갖가지 규제로 수요를 억누르는 대책을 내놓았고, 임기 후반 뒤늦게 공급 확대 정책으로 선회하면서도 공공 주도 방식을 고집했다.

이에 반해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민간에 의한 공급, 그중에서도 재건축·재개발을 앞세우면서 부동산 세금 부담도 경감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을 도와 부동산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전 국토교통부 1차관),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정통 시장주의자로 분류되는 만큼, 꼬여버린 부동산 시장을 시장의 순리대로 풀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간 정비사업 위주’ 공급 대전환

윤석열 당선인이 내세운 부동산 문제 해결의 핵심은 ‘민간에 의한 주택 공급’이다. 부동산 책사인 김경환 교수는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 핵심으로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 집값을 안정시키고 국민 모두의 주거 수준을 높이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이 “서울권을 중심으로 나타난 주택 가격 상승 원인을 투기 수요라고 판단해 수요 억제 정책에 집중했지만 효과를 내지 못하”다가 “뒤늦게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놨어도 시장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고 이른바 ‘영끌’ 현상까지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새 정부에서는 수도권 130만 가구를 포함해 5년 동안 전국에 250만 가구를 공급하되, 공공주택의 비율은 5분의 1 수준인 50만 가구로 한정했다. 취약계층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청년·신혼부부들에게 공공분양주택을 제공한다. 대신 ▲안전진단 강화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억눌렸던 민간 재개발·재건축의 규제를 완화해 공급하겠다는 복안이다.

우선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는 정밀 안전진단 단계를 면제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인다. 특히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5곳에는 용적률을 상향 조절하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모두 10만 가구를 추가 공급한다. 이로 인한 단기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이주 전용 단지를 만들어 이사 수요를 조절한다.

200만 가구에는 수도권 ‘역세권 첫집주택’ 20만 가구와 ‘청년 원가 주택’ 30만 가구가 포함된다. ‘역세권 첫집주택’은 역세권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300%에서 500%로 높여주되, 이 중 50%를 공공 기부채납 방식으로 마련해 별도의 재원 투입 없이 저렴하게 공급할 계획이다. 저활용 국·공유지를 개발해 입주자에게 토지를 제외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으로도 주택을 공급한다.

이 밖에도 무주택 청년 가구에게 전용면적 84㎡ 이하 주택을 원가로 분양한 뒤 5년 이상 거주하면 국가에 매각해 시세 차익의 70% 이상을 보장받도록 하는 ‘청년 원가 주택’도 5년간 6만 가구씩 모두 30만 가구 공급하기로 했다. 3기 신도시 택지 일부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광역 교통망 주변 부지를 확보해 추진한다.

◇종부세 폐지 등 稅 부담 완화 추진

윤석열 당선인은 전면적인 세제 개편으로 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경환 교수도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부동산 세제·금융·공급계획에 대한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며 최우선 과제로 보유세 부담을 완화를 꼽았다. 세제는 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 정책의 보조 수단이 아닌 만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올렸던 부동산 세금은 모두 원상으로 돌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우선 부동산 세제에서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종합부동산세를 장기적으로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식으로 폐지하고자 한다. 통합·폐지 전까지는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해 목표치 100%보다 낮은 95% 수준에서 동결하고 1주택자에 대한 세율은 인하해 종부세 부담을 줄인다.

또 공동 주택 공시가격을 현실화 정책이 본격 시행된 지난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고 매년 가격 산정의 근거와 평가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자체마다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세워 한국부동산원이 산정하는 공시가격을 상호 검증할 수 있도록 한다.

전년 대비 세 부담 증가율 상한도 1주택이나 비조정지역 2주택의 경우에는 기존 150%에서 50%로, 3주택 이상이나 조정지역 2주택·법인의 경우에는 300%에서 200%로 낮춘다. 차등과세는 보유주택 수가 아닌 가액 기준에 따른다.

취득세는 현행 1~3%의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 대한 취득세를 감면하거나 1%로 통일한다. 문재인 정부 이후 대폭 중과된 조정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취득세도 누진세율을 완화한다.

윤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 “집을 사지도, 갖고 있지도, 팔지도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지적한 양도소득세는 향후 2년간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을 한시적으로 배제해 주택 매각을 촉진할 계획이다.

서울 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산구와 강남 일대 /연합뉴스

◇임대차 3법 환원… LTV 규제 최고 80%까지 완화

전셋값을 급격히 올리고 월세화 현상을 촉진시킨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는 2년 계약으로 복원될 수 있다.

김경환 교수는 “임대차법의 부작용을 감안할 때 전세 주기를 4년에서 2년으로 하는 재개정은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시장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면서 임차인에게 주거 안정을 줘야 한다”고 했다. 임대차법 개정에 따른 주거 불안정을 줄이기 위해 임대사업자 제도의 인센티브를 지난 2017년 수준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하지만 이 역시 민주당의 기조와는 상반돼 국회 처리 과정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새 정부는 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도 신혼부부와 청년층,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게는 최대 80%까지 상향할 예정이다.

◇관건은 국회 문턱… “적어도 2년간은 쉽지 않다”

새 정부 출범에 따라 대대적인 정책 쇄신이 예고되지만, 실제로 정책 기조가 변화하기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172석에 달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석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법 작업이 필요한 부분은 민주당의 협조가 있어야만 진행될 수 있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빠른 주택 공급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큰 틀에서 차이가 없었던 만큼 민주당에서도 새 정부의 공급 정책 입법에 일정 부분 협조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부동산 세제 분야는 여소야대 국면이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은 토지이익배당금제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사실상 증세 가능성을 열어놨다. 세 부담을 약속한 윤석열 당선인과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

임대사업자 인센티브 강화 역시 민주당의 기조와는 상반돼 국회 처리 과정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근거법 개정을 필요로 한다”며 “입법 권력을 민주당이 쥐고 있는 한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뿐 아니라 오는 6월 지방선거 결과도 새 정부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은 중앙정부의 의지가 많이 작용하지만, 재개발은 지자체장의 재량이 큰 분야”라며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지자체장이 많이 선출될 경우, 윤석열 당선인과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민간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이 막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