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땅으로 흘러간 자금이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6일 한국부동산원의 토지 거래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순수토지(토지와 건축물이 일괄거래된 내역을 제외한 토지) 거래량은 124만8084건(필지)였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치다.

거래 금액도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토지·건물정보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지분 거래를 제외한 지난해 전국 토지 거래액은 105조7758억원을 기록했다.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었다.

왜 땅으로 자금이 흐른 것일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 가지 이유를 꼽았다.

인천 계양시 인근 토지 전경/유병훈 기자

① 개발호재

지난해에는 무엇보다 개발호재가 많았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택지지구 지정이 가속화하면서 기대감이 무르익었다. 정부가 지난해 8월 3차 신규공공택지 공급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의왕·군포·안산, 화성 진안 등 신도시급 규모 2곳을 비롯해 수도권과 지방권 등 총 10곳의 신규 공공택지를 발표했다.

신규 공공택지로 지정된 곳은 지가 상승도 이어졌다. 특히 의왕·군포·안산지구 일대의 경우 이미 몇 년간 토지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 여파로 공시지가도 크게 올랐다. 의왕시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에 지분을 쪼개 농지를 매입한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1㎡당 15만~16만원 정도였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몰리면서 20만원대까지 올랐다”고 했다.

공공택지 구역지정이 이뤄질 때까지 택지지구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토지보상을 받아도 좋고 안 받아도 좋다는 심리가 만연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토지보상을 받는 경우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토지의 경우 표준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90%까지 올릴 예정인 만큼 보상액은 계속 오를 전망이다.

토지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 이익은 더 크다. 택지지구가 조성되면 인근에 생활권이 새로 편성되면서 토지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상반기까지 주거용 부동산 가격 상승세로 개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개인이든 법인이든 토지 확보를 많이 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② 자녀 증여

부모가 개발호재가 있는 땅을 사서 자녀에게 증여해주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부동산원의 ‘순수토지 거래 현황(거래원인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증여를 통해 이뤄진 순수토지 거래 건수는 21만3143건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0만건대를 돌파했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규모다.

우선 자녀 명의로 주택을 매수할 경우 잘못하면 세무조사를 받을 위험이 있지만, 토지를 사는 경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주택을 매수할 경우엔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땅의 경우엔 최근까지도 그럴 필요가 없었다.

또 증여세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매겨지는 대신, 토지담보대출은 감정평가액을 근간으로 이뤄지진다는 점도 토지 매수 수요를 키운 이유다. 증여세를 일부 부담해 땅을 사주면 자녀가 대출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가의 경우 장래성 있는 땅을 매수해 자녀에게 공시가격으로 증여세를 부담해 물려주고, 토지담보대출로 자금을 융통해 주택까지 매수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다만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의 의결에 따라 이제부터 수도권·광역시·세종특별자치시의 경우 1억원 이상의 토지를 사는 경우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 외 기타지역은 6억원 이상의 토지를 취득하는 경우에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③ 대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한도액을 최대로 받아낼 수 있는 자산으로 토지가 꼽혔다는 점도 토지로 돈이 몰린 이유다. 집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2019년 12월 이후로 조정지역의 경우 15억원 초과일 때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됐다. 또 집값 9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가 적용되고, 9억원 초과 15억원 미만일 때 20%만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적용됐다. 소득에 따라 대출 규모는 제한된다.

하지만 토지담보대출의 경우는 다르다.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최대 60~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총부채 상환 비율(DTI)도 적용받지 않았다. DTI란 대출자의 소득에 대한 부채의 비율로, 대출자의 소득으로 연간 상환액(원금과 대출이자)를 나눈 값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토지에 대한 대출 규제는 어렵다는 게 정설이었다. 토지담보대출은 농민의 사업자 대출과 연결돼 있어 피해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엔 달라졌다. 올해부터 토지담보대출도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된 데 따른 것이다. DSR은 개인이 보유한 모든 가계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합계가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축어업인의 대출을 사업자 대출로 유도할 수 있게 준비가 되면서 DSR을 적용하는 것으로 올 1월부터 바뀌었다”면서 “이 때문에 작년 하반기에 토지담보대출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