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에 복합쇼핑몰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복합쇼핑몰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받고 있다. 상권에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통념과 달리 오히려 상생 관계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아파트 시장에는 대체로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많다.

스타필드 고양 /조선DB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 16일 광주를 찾아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했다. 윤 후보는 광주가 인구 144만의 광역시이자 호남의 중심임에도 복합쇼핑몰이 없는 이유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송갑석 광주시당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광주 인구 144만 중에서 60만여 명이 자영업자와 중소 상공업에 관련돼 있어 (광주의) 소상공인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광주의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 시민들을 중심으로 논란이 되자, 송 위원장은 “복합쇼핑몰 입지에 반대한 적이 없으며, 위치가 광주 한복판이라 주변 상인과 시민사회의 반발을 우려해 사업자가 스스로 철수한 것”이라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복합쇼핑몰이 재래시장 등 주변 골목상권 영역을 침범한다는 주장이 그동안의 통념인 것은 사실이다. 광주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상암DMC 복합쇼핑몰’ 사업을 두고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인근 전통 시장과 상생 합의가 필요하다”며 10년 가까이 인허가를 내주지 않은 바 있다.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에 따라 가까스로 세부개발계획이 통과됐으나, 이 과정에서도 판매시설 비중이 80%에서 30%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020년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발표한 ‘복합쇼핑몰, 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이 입점하면 오히려 전통시장 등 주변 점포의 매출액이 증가했고 역외 소비자도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지난 2016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점 주변 상가의 카드 사용액을 조사한 결과, 매출 증가율은 매년 ▲5.6% ▲8.0% ▲7.6%로 스타필드가 입점한 이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의 6개점 이용객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대형마트 방문 당일 3㎞ 이내 주변 점포를 이용했다는 응답도 60.8%에 달했다.

지난 2019년 산업연구원의 조사에서도 복합쇼핑몰은 시·군·구 지역 단위 주변 도·소매업과 음식점업 고용을 각각 2.6%, 2.8%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소비자들에게는 상품의 다양성·편의성 등에서 분명히 더 나은 선택지”라며 “하지만 소상공인이나 중소마트 입장에서는 ‘공룡과의 싸움’이 걱정될 수 있다. 그렇다고 복합쇼핑몰이 무조건 기존 상권과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신도시나 택지지구 등에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어도, 서울·광주 등 대도시권에는 고용을 대규모로 창출하면서 인근 지역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다”며 “특히 복합쇼핑몰과 업종이 크게 겹치지 않는 상권이라면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다”고 했다.

복합쇼핑몰이 상권뿐 아니라 집값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부동산R114는 지난 2016년 ‘스타필드 하남’이 개장한 이후 1424만원이었던 하남의 아파트 3.3㎡당 평균 가격이 2017년에 1640만원으로 오른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3010만원까지 두 배 넘게 뛰었다고 밝혔다. ‘스타필드 고양’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바로 옆에 있는 동산마을 호반베르디움은 지난 2017년 8월 전용 89.97㎡가 5억5000만원(9층)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8월에는 9억4000만원(6층)까지 올랐다.

‘스타필드 안성’의 경우에도 맞은편 평택 용이 푸르지오 2차가 84.84㎡가 스타필드 개장 직후인 2020년 9월 3억2900만원(7층)에서 지난해 9월 4억4750만원(5층)으로 뛰었다. 부동산 상승기였음을 감안해 같은 기간 같은 시·군·구의 아파트값과 비교를 해봐도 지역 상승률을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복합쇼핑몰이 주변 아파트 시세 가격을 끌어올리자 부동산 시장에서는 ‘몰세권(대규모 쇼핑몰과 가까운 단지)’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규모 복합쇼핑몰은 주거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호재로 작용한다”며 “주변 상권이 발달했다는 점 자체가 주거 시장에 초과수요를 불러일으켜 프리미엄을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또 “복합쇼핑몰은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영화관·아쿠아리움·카페 등이 모두 입점해 문화시설·여가 시설로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며 “대중교통이나 도로의 경우 집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것이 더 선호되지만 복합쇼핑몰은 가까울수록 선호되는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대형 복합쇼핑몰의 사례를 고려할 때 광주에도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경우 일대 아파트 시장의 상승을 추동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