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매도호가부터 높아질 거예요. 매물이 별로 많지 않아서요.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계단식으로 가격이 오르거든요.”(잠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새 아파트로 입주할 때까진 그래도 5~7년은 남았다고 봐야해요. 지금 잠실 5단지 아파트를 파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지어지는 새 아파트로 지어질 반포 한강변 아파트로 갈아탄다거나, 한번 더 여의도 등지에 투자해서 자산을 늘려보겠다는 사람이죠.”(잠실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

부동산 거래가 실종되고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된 것 같았지만, 물 밑 수요는 상당한 모양이다.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의 정비계획안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지 7년여 만에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동안 뜸했던 문의전화가 일대 공인중개업소로 걸려오기 시작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곳은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된 곳이라 당장 매매가 늘어나긴 어렵지만, 모처럼 문의 전화가 늘면서 아직은 부동산 심리가 죽지 않았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잠실 5단지의 사업 진행에 의미를 부여하며 각자 주판알을 튕기는 모습이었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여의도 일대 노후 아파트의 빠른 사업 진행을 기대하는가 하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여파로 수익이 날 수 있을 지에 대한 문의도 많았다고 한다.

1월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모습/뉴스1

◇ “재건축, 어디까지 진행됐어요?” 문의 ‘쑥’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잠실 5단지 재건축정비계획 변경 및 경관심의안’을 통과시켜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대치·압구정·여의도 등 재건축 아파트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제대로 된 매도·매수자 리스트를 마련해놔야 할 때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잠실 5단지 정비사업이 다시 궤도에 올랐다는 것은 다른 재건축 아파트 사업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일부 부지의 용도를 제3종 일반주거에서 준주거로 상향해 준 점에 대해 고무된 반응이었다. 준주거에선 용적률이 400% 이하까지 허용돼 최고 50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다. 잠실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는 이제껏 한강변을 35층으로 통제해왔는데 그 계획을 바꿔 진행하게 해줬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여의도나 압구정 아파트들에게 의미가 클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잠실 뿐 아니라 여의도 일대의 통합 재건축을 유도해 한강 일대를 수변문화공원으로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서울 여의도 인근 노후 아파트 단지 일대 공인중개업소로는 사업 진행단계를 묻는 전화가 여러 통 걸려왔다고 한다. 여의도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삼부아파트가 최근 뉴스에 많이 나와서인지 재건축 진행 속도를 묻는 전화가 많이 왔다”면서 “지금 급매물이 있으면 사는 게 좋겠냐는 문의도 있었다”고 했다.

여의도 일대 아파트들은 서울시가 통합개발로 진행할 경우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제시한 상태다. 현재 여의도에서는 삼부(866가구)·목화아파트(327가구)와 화랑(160가구)·장미(196가구)·대교(576가구) 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대치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선 “자금만 있으면 지금이 은마 아파트를 살 때라고 보는 사람이 여럿”이라고 했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치동은 일찌감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매매가격이 많이 오르지 못했다”면서 “잠실 5단지는 허용해주고 은마 아파트는 그대로 둘리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사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추진위는 지난 14일 강남구청에 정비구역 지정조치 계획을 제출했다. 서울시 의견대로 임대주택의 면적을 확대한 만큼 은마아파트의 사업속도도 궤도에 오를 것을 기대하고 있다.

2월 16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뉴스1

◇ 초과이익환수금 내면 수익 남을까…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복병은 남아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따라 재건축 부담금을 내면 수익이 남는 지 여부다. 일부 투자자들이 ‘몸테크(노후 아파트를 매수해서 고생 끝에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새로 지어진 아파트를 매수해서 시세 차익을 보는 편이 낫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인근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빼고 1인당 평균 3000만 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시행됐다가 주택시장 침체 등의 이유로 2013~2017년 유예됐지만, 2018년 1월부터 다시 시행됐다.

시선은 강남 첫 재건축 부담금 확정 통보지인 반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구 반포현대 아파트)에 가 있다. 이 아파트는 80가구짜리 1동 아파트였다가 108가구로 변신해 지난해 7월 말 입주가 시작됐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던 2018년에 이 아파트 조합이 통보받은 가구당 부담금은 1억3569만원이었다. 현재는 3억원 수준으로 높아졌을 것이라는 것이 정비업계의 전망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국토부가 준공시점 공시가격을 14억2000만원으로 추정해 계산했는데 지난 몇 년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17억~18억원 수준까진 올랐을 것으로 보여 부담금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는 잠실 5단지나 여의도·압구정·대치동 아파트들은 전부 국토교통부가 나서 법령을 바꾸지 않는 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없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통기획에 선정되어도 마찬가지다.

일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지금의 형태로 계속 이어지진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점을 국토부나 서울시가 인지하고 있는 데다, 현행 재건축 초과이익 계산식은 과한 면이 있어 환수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손질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국 재건축단지 72개 조합이 뭉친 전국재건축정비사업 조합연대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3주구의 재건축 부담금은 4억원, 강남구 대치 쌍용1차는 3억원, 서초 방배 삼익은 2억7500만원이 부담금으로 통보됐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시행해도 실제 납부가 쉽사리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1호 납부자가 등장하면 계산식을 바꾸기도 쉽지 않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조합원들은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되는 날로부터 6개월 내에 현금으로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반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연대까지 마련됐기 때문에 쉽게 납부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단 대선 이후 납부액 통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여러 법적 절차를 진행하며 최대한 납부를 미루다 끝내는 계산식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