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인 ‘신혼희망타운’이 신혼부부로부터 외면 받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지역의 신혼희망타운은 모집 조건을 완화하고 여러 번 청약을 진행했지만, 수년 째 일부 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 ‘고양함께해볼까’에 설치된 신혼희망타운 단지 모형 / 최상현 기자

신혼희망타운은 지난 2018년부터 공급된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이다. 교육·건강·안전에 최적화된 주거공간을 만들어 혼인기간 7년 이내 또는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무주택세대 구성원에게 공급한다. 일정 수준 이하여야 하는 자산 기준도 충족해야 입주 자격이 부여된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처음 공급하는 기장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 추가모집 접수를 마감한 결과 204가구 모집에 176명이 청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LH는 다음달 선착순 방식으로 잔여 세대에 대한 추가 모집을 실시할 예정이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오는 6월 입주 예정인 전북 완주 삼봉 신혼희망타운 행복주택(임대 방식)도 지난달 17일 세 번째 입주자 모집에 나섰다. 공공분양은 재작년 9월 네 번째 입주자 모집에 나선 바 있다. 완주삼봉 A-2블록 신혼희망타운은 총 820가구로 행복주택(274가구)과 공공분양(546가구)이 혼합돼 있다.

LH는 입주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모집 요건을 완화했다. 기존에는 혼인기간이 7년 이내의 신혼부부만을 대상으로했지만, 세 번째 모집부터 혼인기간을 10년 이내로 완화했다. 한부모가족의 경우, 자녀 연령을 기존 만 6세 이하에서 만 9세 이하로 늘렸다. 각 계층별 소득 기준도 완화했다.

작년부터 진행된 사전청약에서도 신혼희망타운 대거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작년 12월 진행된 수도권 3차 사전청약에서 신혼희망타운은 해당지역 2172가구 모집에 1297명이 청약했다. 평균 경쟁률은 0.60대 1에 불과했다. 서울 서초구와 가까워 ‘준강남’으로 불린 과천 주암지구 신혼희망타운마저 1421가구 모집에 730명만 청약하며 미달됐다. 다만, 타지역 신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추가모집에서는 청약자가 늘어 최종 모집인원을 채웠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연이은 미달의 가장 큰 원인으로 먼저 신혼희망타운의 입지를 꼽는다. 부산기장A2블록에 들어서는 신혼희망타운은 동해선 기장역이 도보 25분 거리일 정도로 교통편이 좋지 않다. 잇따른 입주자 모집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하자 LH는 당초 분양가의 10%이던 계약금을 1000만원 정액제로 변경했다.

수익공유도 선호하지 않는 이유로 꼽혔다. 분양가가 3억700만원(2021년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신혼희망타운 전용 주택담보 장기대출상품(수익공유형 모기지)’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조건이 있는데, 이 대출을 이용하면 저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지만 나중에 집을 팔 때 시세차익의 최대 절반을 정부에 반납해야 한다.

면적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4차 사전청약에서 나온 신혼희망타운은 모두 전용면적이 46~59㎡로 작아 자녀를 낳아 양육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 신혼희망타운은 입지가 좋지 못하다”면서 “정부가 공급에만 집중하다 보니 시장 수요자들의 희망사항을 파악하지 못했다. 최근 매매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신혼희망타운 외면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