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에서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구입한 사람이 줄어든 가운데, 인천과 경기의 생애 첫 집합건물 매입자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 장벽’이 높은 탓에,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요자들이 서울이 아닌 인근 수도권 지역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일러스트=정다운

1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과 경기의 생애 첫 집합건물 매수자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인천과 경기에서 생애 처음으로 아파트 등 집합건물을 구입한 사람은 22만1537명이었다. 인천에선 4만946명, 경기에선 18만591명이 생애 처음으로 집합 건물을 매수했다. 2020년(21만5554명)과 비교했을 때 2.7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인천에 생애 첫 집합건물 매입자들이 몰렸다. 지난해 인천에서 생애 처음으로 아파트 등 집합건물을 구매한 사람은 4만946명으로 재작년(3만5734명)에 비해 14.6% 증가했다. 경기의 생애 첫 집합건물 매수자는 18만820명에서 18만591명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는 지난해 전국이나 서울 지역 통계와 정반대의 양상이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생애 처음으로 집합건물을 구입한 사람은 51만442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재작년 54만506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83% 줄었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12월 서울의 생애 첫 집합건물 매수자는 8만1595명으로 2020년 같은 기간(8만7939명)보다 7.21% 감소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인천과 경기에서 생애 첫 아파트 매수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서울 아파트의 높은 진입장벽을 꼽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억4828만원으로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재작년 발표된 ‘12·16 부동산대책’ 이후,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20%로 낮아졌다.

반면, 인천과 경기의 아파트 가격은 서울의 최대 3분의 1에 불과하다. 지난달 기준, 경기와 인천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각각 6억883만원과 4억112만원이었다. 지난 몇년새 많이 올랐다고 해도 서울의 34.9~53.0% 수준이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도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 서울 등 투기지역 주택은 LTV가 40%로 제한돼 있지만, 생애 첫 구매자는 5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경기와 인천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 기준으로 환산하면, 각각 3억441만원과 2억56만원의 대출이 가능한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아직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아 목돈을 마련치 못한 20~30대는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수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지가 서울과 인접한 인천과 경기 쪽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인천과 경기에서 생애 첫 아파트 매수세를 주도한 연령층은 30대였다. 지난해 인천과 경기에서 생애 처음으로 집합건물을 구입한 30대는 9만26명으로 전체의 40%에 달한다. 20대 생애 첫 매수자까지 포함하면 2030의 비율은 전체의 57.6%까지 늘어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생애 첫 매수자 증감율을 봤을 때,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에 따라 지역별 상황이 다르다”면서 “인천의 경우 수도권 지역 중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고 지난해 집값 상승률도 높아 생애 첫 매수자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