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이 어려운 노후 아파트의 용적률 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늘어나는 가구 수의 절반 이상을 기부채납으로 환수토록 하는 제도인 ‘공공재건축’ 사업이 참여율 저조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가 향후 8년간 공급하겠다고 한 목표치의 3%를 겨우 넘기고 있어, 사업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8·4대책 중 하나로 제시한 공공재건축 사업이 참여율 저조로 현재까지 단 4곳만 사업지로 지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4개 사업지에서 공급되는 물량은 총 1580가구로, 정부가 2028년까지 공급하겠다고 한 목표치 물량인 5만 가구의 3.1%에 불과한 수준이다.

서울시내 한 재건축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2021.5.18/연합뉴스

공공 재건축은 지난해 8·4대책에 포함된 정비사업 형태 중 하나다.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이 어려운 노후 아파트에 용적률이나 층수 제한 같은 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늘어나는 가구 수의 절반 이상을 공공임대·분양 등 기부채납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도입 당시 정부는 “파격적인 혜택이 제공되는 만큼 주요 대단지 아파트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 기대와는 달리 사업 참여도는 저조하다. 정부는 지난 4월 공공재건축 후보지를 선정했는데, 대상 사업지는 총 5곳(2232가구)에 불과했다. 서울 관악구 미성건영아파트와 영등포 신길13구역, 중랑 망우1구역, 용산 강변강서, 광진 중곡아파트 등이다. 그러나 이 중 지난 7월 미성건영이 민간재건축으로 선회하면서 후보지는 4곳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시기에 도입된 공공 재개발에 조합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29일 국토부가 낸 자료에 따르면 작년 제도 도입 이후 서울·경기에서 공공재개발 29곳이 사업지로 선정됐으며, 총 34만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후보지 중 시행자 지정 또는 정비계획입안 동의서 징구에 착수한 20곳 중 18곳은 50% 이상 동의율을 확보했으며, 전체 후보지 29곳 모두 내년 중 정비계획수립·변경을 완료할 전망이다.

공공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저조하자, 국토부도 그간 참여 단지 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왔다. 서울시와의 합동공모를 통해 공공 재건축 홍보를 강화했고, 사업이 필요한 곳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해 후보지를 추가 발굴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컨설팅을 진행하는 구역은 4곳(2000여 가구)에 불과하다. 4곳이 다 사업지로 전환돼도 목표치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심지어 정부가 지난 7월 23일부터 40일간 진행한 ‘공공 주도 주택 공급사업(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공공 재개발·공공재건축 등) 민간제안 통합 공모’에도 공공재건축 신청지는 ‘0′곳이었다. 전국 70개 지역 주민들이 참여 신청서를 냈지만 공공재건축 신청지는 단 한곳도 없었던 것이다.

여전히 조합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서울시내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공공재건축은 초과이익 환수제나 분양가 상한제가 그대로 적용되는데 기부채납 비율도 높다”면서 “민간 재건축도 안전진단 규제 등으로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 용적률을 높여준다고 해서 공공재건축으로 선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하자 최근에는 정부도 슬그머니 목표치를 낮췄다. 지난 2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내년도 업무보고에 따르면 정부의 내년 공공재건축 공급목표는 2000가구다. 8년간 5만호를 짓겠다던 작년의 목표치대로라면 매년 최소 6000가구가 나와야 하지만, 내년도 목표치는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사업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로 다른 사업과 비교해 인센티브가 크지 않다는 점을 꼽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공재건축은 기반시설은 그대로 두고 아파트만 새로 짓는 방식”이라면서 “용적률을 높여주더라도 주거의 쾌적성이 개선되지 않고, 또 늘어난 물량의 일부는 기부채납으로 임대주택을 넣어야 하므로 조합 입장에서는 반감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대선을 앞두고 정책변화 가능성이 커 민간재건축을 추진하는 조합들도 추이를 지켜보면서 추진 시점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선거 이후 규제가 완화된다면 공공이 아닌 민간 위주로 재건축이 진행될 가능성도 커 사업 판단 자체가 느려지고, 공공재건축 사업도 속도가 잘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이나 공공재개발,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등 다양한 방식의 정비사업이 등장했는데,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공공재건축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컨설팅이 진행되지 않는 곳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곳이 있어 정책 수요는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