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 시세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청약 시장에서는 4인가구나 5인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가점을 받은 '만점 통장'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일부 단지의 최저 청약 당첨 가점은 4인 가족 기준 당첨 최고 점수인 69점에 달했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청약접수를 진행한 서울 성북구 '해링턴플레이스 안암'의 평균 경쟁률은 192대 1로 집계됐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84㎡B형에서 나왔으며, 총 1가구 모집에 991명이 청약해 경쟁률이 991대 1에 이르렀다.
눈에 띄는 점은 청약 당첨 가점이다. 이 단지의 평균 청약 가점은 68점으로, 청약 접수를 받은 6개 평형 중 절반인 전용 75㎡A·84㎡A·84㎡B 등 3개 평형에서 최저 당첨 가점이 69점에 달했다. 69점은 4인 가족(20점) 기준으로 15년 이상 무주택 기간(32점)을 유지하고,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15년 이상(17점)이 돼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다른 수도권 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날 당첨자를 발표한 경기 과천 '과천 한양수자인'의 평형별 평균 청약 당첨 가점은 68.13~70.16점으로 집계됐다. 이 단지 전용 84㎡A형의 당첨 최저 가점은 69점, 최고 가점은 76점으로 나타났다. 59㎡A(66점)과 59㎡B(68점)을 제외하고 3개 평형의 당첨 최저 가점은 4인 가족 만점인 69점이다.
이는 수도권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둔화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둘째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0.10% 올라 상승률이 전주(0.14%) 대비 0.04%포인트(P) 하락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3주째 하락세다. 서울·경기·인천 모두 상승률이 전주 보다 축소됐고, 동두천(-0.03%)과 화성(-0.02%)에서는 집값이 하락했다.
그러나 수도권 지역의 청약 경쟁은 아직 치열하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지역의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19일 기준 163.8대 1로, 지난해(80.1대 1)의 2배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국 청약 경쟁률은 19.6대 1로, 지난해(25.8대1) 보다 줄어들었다. 수원 영통 165.7대 1, 과천 288.5대 1 등 경기 핵심지의 청약 경쟁률도 높았다.
이달 들어 이날까지 청약 당첨자를 발표한 수도권 11개 단지에서 미분양이 발생한 곳은 단 2곳이다. 경기 이천 '이안 퍼스티엄 이천부발'과 경기 안성 '안성 공도 스타허브 서희스타힐스'다. 각각 6개 중 3개 평형에서 63가구, 4개 중 1개 평형에서 9가구 미달이 발생했지만 모두 2순위 청약에서 모집을 완료했다.
1순위 청약에서 모집을 완료한 다른 단지에서는 만점 통장이 속출했다. 지난 17일 당첨자를 발표한 경기 의정부 '이안 더 센트로 의정부' 전용 84㎡A형의 당첨 최고 가점은 5인 가족 기준 만점인 74점이다. '인천 영종하늘도시 A25BL 대성베르힐'에서도 5개 평형 중 2개 평형의 당첨 최고 가점이 69점에 달했다. 다른 평형의 최고 가점도 59~66점으로 높았다.
집값이 최근 하락세로 전환 경기 화성에서도 이달 청약을 진행한 아파트 단지가 높은 청약 가점을 기록했다. 지난 17일 당첨자를 발표한 '화성동탄2 제일풍경채 퍼스티어' 6개 평형 당첨 최고 가점은 전부 69점을 기록했고, 최저 점수도 58~66점으로 높은 편에 속했다. 이 단지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70~100대 1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을 청약 가점 고공행진의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 올해 서울에서 청약을 진행한 단지는 13개에 불과하다. 이 중 5개 단지의 공급 규모는 100가구 미만이다. 올해 서울 분양 물량은 단 6130가구로, 작년(2만3006가구)의 26.6% 수준이다. 경기 분양 물량도 작년(10만2625가구)보다 3만 가구 가까이 감소한 7만6009가구에 불과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수도권 기존 주택 시장은 거래량이 줄면서 둔화하고 있는데, 청약 시장 열기는 아직까지 뜨겁다"면서 "수도권의 경우 올해 공급 물량이 많지 않았고, 민간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무주택 청약 대기 수요자들이 입지가 좋은 곳을 위주로 몰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