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고점 대비 최대 40% 떨어진 적이 있다. 집값이라고 하는 게 항상 올라가고 내려갈 수만은 없는 것이고, 언젠가는 조정이 될 수 밖에 없다.”(지난 11월 24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강남 아파트도 하락한 적이 있다면서 추격매수는 재고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상승 폭이 점차 줄고, 하락하는 곳도 생기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하락장이 시작되는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고점 대비 반값으로 떨어졌다는 아파트는 어디이며 당시 얼마나 떨어졌을까. 그 아파트들이 이후에는 어떻게 됐을까. 2006년 부동산 상승기 땐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2012년엔 고점 대비 반값으로 떨어지는 곡절을 겪었던 대표적인 아파트 세 곳(압구정 현대3차·은마아파트·과천 5단지·분당 파크뷰)의 이후 움직임을 찾아봤다.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되는 압구정동 구현대 아파트 단지.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 3차 전용면적 82㎡는 2006년 11월 27일에 13억2000만원까지 거래가 이뤄졌다가 2012년 6월 1일에 8억원에 팔렸다. 약 6년간 집값이 40% 정도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최근 이 아파트의 실거래 최고가는 33억원(8월 19일)이었다. 2012년 저점과 비교해 결국 312.5% 올랐다.

압구정동 Y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 하락기에 고가 주택을 찾는 사람이 없었던 데다 당시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압구정동은 한동안 노후한 상태로 방치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컸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의 재임기간 중 한강르네상스 계획을 추진했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수변문화공간 조성과 경관개선, 수상이용 활성화 등을 목표로 추진하는 디자인 서울 정책의 핵심 계획이었다.

재건축 시장 움직임을 말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 2006년 부동산 상승기에 이 아파트는 11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2012년엔 8억500만원까지 하락했다. 고점 대비 약 44% 하락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 실거래가는 27억8000만원(8월). 2006년 고점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이 됐고 2012년 저점 대비로는 3배가 됐다.

서울 대치동의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진행이 요원하지만, 대치동이란 입지가 은마의 집값을 견고하게 지켜주고 있다”고 했다.

준강남으로 불렸던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과천 5단지 전용면적 124㎡는 어떨까. 2006년 11월 8일에 12억5500만원에 거래됐던 이 아파트는 2012년 12월26일 6억9600만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를 둘러싸곤 역시 금융위기 이후 하락기를 겪는 와중에 과천정부청사 이전까지 겹치면서 집값에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과천에서 오랜 기간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해온 H씨(65)는 “한때 3.3㎡당 3000만원을 넘나드는 비싼 집값으로 ‘제2의 강남’이란 꼬리표까지 붙었던 과천이었지만, 그 당시엔 저물어간다는 인식이 팽배했다”고 했다. 1982년 중앙행정기관 이전을 계기로 조성된 계획신도시 과천은 이제 세종시에게 자리를 내주고 빈 자리를 채우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시각이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과천5단지의 실거래가는 25억원(10월 5일). 상승률로 따지면 2006년 고점대비 99%, 2012년 저점 대비 259.2%다. 집값 상승은 재건축 사업으로 신축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선 데 따른 것이다. 서울 서초구와 맞닿아 있는 데다 신축 아파트 촌으로 변신하면서 집값 상승기에서 소외되지 않았다. 과천청사가 사라지면 ‘베드타운’이 될 것이란 우려는 기우였던 셈이다.

당시 고급주택으로 인기를 끌었던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분당 파크뷰도 찾아봤다. 2006년 10월에 17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파크뷰 전용면적 124㎡는 2012년 11월 8억7000만원까지 하락했다. 고점 대비해서 50.8%가 떨어졌다. 주상복합이라는 특수성이 악재로 작용했다. 주상복합은 우선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 일반 아파트는 낡은 뒤에도 땅에 대한 지분가치를 이용해 재건축을 시도할 수 있지만, 땅 지분이 거의 없는 주상복합은 재건축을 통한 가치 상승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분당 파크뷰 전용면적 124㎡의 실거래가는 22억원(10월). 저점 대비 152% 올라 있는 상태다. 인근 집값이 모두 오르면서 키맞추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아무리 지분율이 낮고 건물이 이전보다 낡았다고 하더라도 고급 아파트이다 보니 유지관리가 잘 됐기 때문에 실거주 만족도가 높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사이클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것이 집값”이라면서 “고점 대비 40~50%까지 떨어진 사례도 있는 만큼 하락기가 온다면 얼마나 떨어질 지 알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실거주 목적으로 내 집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책 기대감이나 소멸에 따라 더 많이 오르고 더 떨어지는 와중에도 결국은 입지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의 집값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감당할 만한 부채 수준에 좋은 입지의 집을 구한다는 생각으로 실거주 한 채를 마련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