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와 강동구 등 서울 동남권 '국민평형(전용면적 84㎡)' 집값이 고공행진 하고 있다. 최근 수십억대에 거래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강남 집값을 쫓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민평형' 매매가가 30억원을 돌파한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경 / 조선DB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 82㎡는 지난달 26일 31억3100만원에 매매됐다. 송파구에서 해당 면적 실거래가가 30억원을 넘긴 건 처음이다. 올해 초만 해도 이 단지 같은 평형 최고가는 25억7100만원이었는데, 1년도 채 되지 않아 21.8% 상승했다.

잠실 주공5단지 전용 82㎡ 현재 호가는 33억~33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3930가구 규모의 잠실 주공5단지는 지난 8월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6700여가구로 거듭날 예정이다.

그동안 매매가 30억원 국민평형은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나 찾아 볼 수 있었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는 지난달 9일 32억원에 거래됐고,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서는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가 지난 15일 38억원에 매매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송파구에서 국민평형 매매가가 30억을 넘기는 단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잠실 권역 대장주 단지로 꼽히는 '잠실 엘스' 전용 84㎡가 지난달 18일 27억 원에 매매되면서 30억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 초 23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잠실 엘스 전용 84㎡ 매매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음에도 계속 오르고 있다. 현재 호가는 최대 28억원에 형성돼 있다.

강동구에서는 국민평형 매매가가 지역 내 처음으로 20억원이 넘은 단지가 등장했다.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84㎡가 지난달 16일 20억원에 매매된 것이다. 바로 전날 같은 동 같은 면적이 19억원에 거래됐는데, 하루 만에 1억원이 뛰어 올랐다. 올해 1월만 해도 이 단지 전용 84㎡ 매매가는 16억3000만원이었다.

강북권에서도 지난 여름부터 '20억 클럽'에 가입하는 국민평형이 속속 나왔다. 앞서 서울 광진구에서는 지난 7월 광장힐스테이트 전용 84㎡가 지난 7월 21억8000만원 신고가로 거래되며 20억 클럽에 가입했다. 종로구 평동 '경희궁자이 3단지' 전용 84㎡(8층)도 지난 8월 20일 20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업계에서는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선호도가 높은 중대형 아파트 매매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용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이상 아파트의 올해 평당(3.3㎡) 매매가격은 지난 12일 기준 4163만원이다. 지난 2019년 3268만원, 작년 3748만원 등 매년 10% 이상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한, 선호도 높은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 매매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예상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아파트 가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지공시가격이 매년 20% 이상 올라가는데, 실거래가도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공급이 늘어나지 않은 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중대평 평형 매매가는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도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강남 아파트 전용 84㎡를 살 수 있던 돈으로 이제는 강북권 아파트를 사게 될 것"이라면서 "신축 아파트 공급이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규제와 상관 없이 주요 지역 신축 아파트 또는 재건축 호재가 있는 아파트의 매매가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