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곳곳에서 분양전환을 앞둔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분양가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주변 아파트 시세가 급등하면서 만기 분양전환 가격이 조기 분양전환 가격보다 2배 가까이로 높아진 곳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기 분양전환을 앞둔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LH26 단지. 분양전환 가격이 높아질 것을 예상한 주민들의 항의성 현수막을 단지 곳곳에 걸어뒀다. / 독자 제공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10년 공공임대주택 단지 곳곳에서 분양 전환 가격을 두고 기존 입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10년 공공임대는 무주택자가 저렴한 임대료로 10년 간 거주한 다음 분양 전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상품이다. 분양 전환 시기에 따라 조기 분양과 만기 분양으로 나눈다.

최근 논란이 된 곳은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LH26 단지다. 입주 5년차인 LH26단지 임차인들은 최근 분양 전환에 대한 의견 조사가 이뤄지자 아파트 곳곳에 “분양전환 시세차익 1.1조원 이제 그만해라” 등의 플랜카드를 걸고 반발하고 있다. 분양전환가격의 기준이 되는 감정평가금액에 반영되는 주변 아파트 시세가 급등하면서 분양전환가가 비싸졌기 때문이다.

인근 아파트 시세는 지난 2017년 입주 당시보다 3배 가까이 치솟았다. LH26단지와 붙어 있는 동탄2신도시 하우스 더레이크의 전용면적 59㎡의 매매가격은 2017년만 해도 2억3000만원 대에서 3억3000만원 대에 거래됐다. 그러나 지난 9~10월 같은 평형이 7억3000만~8억9000만원에 매매됐다.

장석우 입주자대표위원회 대표는 “공공임대 아파트라면서 시세를 반영하다 보니 주변 민간아파트 분양가보다 비싸지게 됐다”면서 “입주민들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면서 청약 통장을 사용하고, 5년 동안 재당첨 제한도 감수했는데 시세대로 분양전환을 하게 되면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의 공공임대 아파트 사정도 마찬가지다. 작년 6월부터 1년간 진행한 호매실 15단지 전용면적 84㎡ 조기 분양전환 평균 가격은 3억1800만원이다. 현재 내년 1월 만기 분양 전환을 앞두고 감정평가가 진행 중인데, 만기분양 전환 가격이 조기 분양 가격의 2배 가까이 뛸 예정이다. 만기 분양 물량의 분양가에 반영하는 시세가 급등한 탓이다.

호매실 15단지 임차인 대표는 “조기 분양 당시에는 해당 아파트의 건설 원가, 중간 시세, 분양전환 직전 마지막 시세를 고려해 가격을 정했는데, 10년 만기 분양은 시세대로 받는다”면서 “당시 개인 사정상 조기 분양전환을 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많은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2억원 이상을 더 주고 분양전환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1년 새 분양 전환 가격이 2배가 된 단지도 있다. 경기 파주시 한울3단지 전용 84㎡의 경우, 지난해 조기 분양 전환에서 2억1900만~2억3800만원 선에 분양됐다. 그러나 지난달 공고가 난 만기 분양에서는 그 가격이 4억원대 중반까지 뛰었다. 주민들의 이의신청이 쏟아지자 현재 감정평가를 다시 진행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10년 공공임대 임차인들은 분양가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LH 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관계자는 “모든 신도시는 공공택지라, 이 공공택지 내 아파트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다”면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에만 주변 아파트 시세를 적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시세로 팔아먹겠다는 건 국민들을 상대로 장사하겠다는 말”이라고 했다.

이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면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의 중간가격을 분양전환가격으로 정해야 한다”면서 “시세를 일정 부분 반영하면서 입주민들이나 시행사 측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방안 아닌가”라고 말했다.

반면 LH는 인위적으로 분양전환 가격을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LH관계자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은 관련법령에 따라 2개의 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금액의 산술평균액으로 정하고 있다”면서 “입주자모집공고문 및 임대차계약서상에도 감정평가금액을 분양전환가격으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인위적으로 분양전환가격을 낮추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