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규제가 수년간 강해지며 수익형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가운데 최근 들어 ‘섹션 오피스’가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섹션 오피스란 규모가 큰 오피스빌딩을 다양한 크기로 잘게 쪼개 분양하는 부동산 상품을 말한다. 섹션 오피스의 임차인은 입주민이 아닌 기업인 만큼, 수요자들은 주택을 살 때와 전혀 다른 입지분석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서울 강남권역 업무지구 전경. /고성민 기자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인 기업이 증가하며 섹션 오피스가 공급 시장에서 활황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국내 1인 기업은 2013년 7만7009개에서 2018년 27만7375개로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공유 오피스와 섹션 오피스 시장이 급성장했다. 1인 오피스가 대중화되며 수요가 증가해, 공급도 덩달아 활성화하는 추세다.

섹션 오피스는 오피스텔이나 상가 꼬마빌딩으로 대표되는 국내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이색 상품으로 분류된다. 주거·업무 겸용인 오피스텔과 달리 욕실이나 주방이 없는 순수 오피스 구조다. 임차인이 기업이라는 점에서 상가와 다르고, 토지·건물 통매각이 이뤄지는 꼬마빌딩과 달리 층별·호실별 매각이 이뤄진다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섹션 오피스는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 장점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빌라, 상가주택 등 주택과 달리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다.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분류돼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의 청약 규제나 전매 제한이 없다. 섹션을 어떻게 나누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전용면적 30~50㎡짜리 소규모 섹션 오피스는 호실당 1억~2억원대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연면적 700평대 ‘한층 통매각’의 경우 입지에 따라 50억~60억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단점은 수익형 부동산에서 주류 상품이 아니다 보니 환금성이 낮고, 꼬마빌딩이나 아파트처럼 높은 프리미엄(웃돈)·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입주민이 임차인인 주택과 달리 기업이 임차인이라 주택과는 다른 입지분석과 수요 분석이 필요하다. 임차인인 기업 입장에서 업무하기 좋은 입지인지를 따져야 하는 것이다. 입지에 따라 수개월간 공실로 두거나 기대만큼 임대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격의 움직임도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2019년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 섹션 오피스에는 웃돈 1000만~2000만원이 붙었지만, 2018년 분양한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더리브 스타일’ 섹션 오피스는 올해 입주를 앞두고 분양가보다 1000만~2000만원 내린 값에 매물이 나왔다. 지난해말 분양한 고양시 덕양구 ‘DMC 스타비즈 향동지구역’은 분양가에 웃돈이 붙지 않은 ‘무피’ 매물이 나와 있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차익을 얻는 아파트와는 사뭇 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섹션 오피스에 투자할 때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수분양자라면 평면이나 상품성보다 입지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면서 “오피스 수요가 많은 입지를 고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섹션 오피스는 분양형 호텔처럼 위탁관리를 해주는 곳이 많은데, 분양 주체들은 위탁관리로 1~2년 높은 확정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광고하지만 이후엔 임차인 구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지나치게 높은 확정 수익률만 바라보고 매수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섹션 오피스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없고 양도세 중과가 안 되는 등 혜택이 많아 부동산 시장에서 세금 규제에 따른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웃돈이 붙은 곳도 있지만, 가격 상승이 크지 않고 환금성도 낮아 매수를 고려한다면 오피스 수요가 많은 업무지구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