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게 효율성만을 추구해 만들어진 '아파트'라는 공간을, 개개인의 삶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을 '인테리어'라고 부릅니다. 그 과정을 돕겠다는 것이 '어반베이스'가 뛰고 있는 이유입니다."
과반수의 한국인은 아파트라는 대동소이한 공간에서 살아간다. 전국에 분포된 아파트는 모두 1만7000여개 단지, 약 천만 가구 규모다. 준공연도나 평면 설계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이 빚어내는 가장 큰 특징이 결국 '획일성'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는 이런 획일적인 공간을 어떻게 각자의 삶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가꿔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가 지난 2014년 건축사무소를 뛰쳐나와 창업한 어반베이스는 3D 공간 데이터 전문 기업이다. 2D 도면을 3D로 자동 변환하는 모델링 기술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메타버스 영역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어반베이스는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홈퍼니싱과 인테리어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일룸과 에이스침대, 일본 가구회사 니토리 등에 B2B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면, 코로나19 이후에는 개인 고객이 인테리어를 가상 공간에서 먼저 구현해보고 이를 현실로 옮기는 토탈 솔루션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어반베이스는 지금까지 총 2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8월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부터 13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호텔이라는 공간을 디지털 전환하고, 나아가 다양한 취향에 맞게 디자인하고자 하는 점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투자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어반베이스는 이제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목표로 다시 한번 도약에 나선다. 기업공개(IPO) 주간사로 하나금융투자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이런 어반베이스의 하진우 대표를 최근 사옥이 자리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파크플러스에서 만났다.
—어반베이스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사용자가 자신에게 꼭 맞는 생활공간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하고, 그렇게 디자인한 공간을 현실에 구현하는 것까지 돕는 회사다.
'3D 홈디자인'이라는 서비스를 예로 들면, 주소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평면을 3차원(3D) 그래픽으로 불러올 수 있다. 그 위에 원하는 벽지를 채색하고, 가구를 배치해보면서 막연하게 생각으로만 했던 인테리어 계획을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구현해볼 수 있다. 신혼집 인테리어를 두고 좀처럼 의견 일치가 어려운 신혼부부들에게서 반응이 아주 좋다.
앞으로 모든 건물을 짓기 전에 VR에서 체험을 해보고 그런 다음에 실제 건축 공사가 들어가는 수순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취지로 2D 도면을 3D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VR로까지 발전시켰다.
AR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스페이스 AI'라는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우리 집 사진을 찍으면 그 공간에 어떤 가구가 배치되어 있는지, 그리고 가구들이 나타내는 촬영자의 취향은 어떤 것인지를 분석해준다. 그리고 그 공간을 보다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상품도 추천해주는 솔루션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또 개발하고 있는데 모두 '개인의 만족에 초점을 맞춘 인테리어'라는 목적의 연장선상이다."
—어떤 인테리어가 좋은 인테리어인가.
"한 가지 정답으로 딱 잘라 정의하기 어렵다. 몸에 잘 맞고 어울리는 옷이 그 사람에게 좋은 옷이듯, 인테리어도 그렇다.
다만 좋은 인테리어의 기준에 대해선 갖고 있는 생각이 있다. 신입생 시절, 건축학개론 담당 교수님이 '공간은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화두를 던진 적이 있다. 건축과 마찬가지로, 인테리어도 그 사람의 삶을 오롯이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좋은 인테리어다.
나는 삶이 오롯이 서기 위해서는 일단 가정이 평화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만 보면 공간이 가족들을 서로 부딪히게 한다. 예컨대 음악을 전공한 형제자매가 있다고 해보자. 밤낮없이 울려 퍼지는 악기 소리가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끝내 다툼으로 번지고 만다. 적절한 방음 시설을 시공하면 그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겠나.
인테리어 상담을 오는 고객분들을 보면, '핀터레스트(Pinterest·이미지 기반 SNS)'에 온갖 화려한 가구와 디자인을 잔뜩 담아와서 내미는 분들도 많다.
'선생님, 그건 일단 내려놓으시고요. 집에서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고, 어떤 방에선 어떤 활동을 주로 하는지 동선부터 먼저 얘기해봅시다'라고 시작한다. 집이라는 공간의 어떤 지점에서 마찰이 발생하는지, 그 마찰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지. 이런 고민이 좋은 인테리어의 선결 요건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벽지를 고를지, 바닥 색깔은 무엇으로 할지, 어떤 가구를 어디에 들여놓을지는 그 다음 문제다."
—하지만 아파트는 '공간에 삶을 맞춰야 하는' 획일적인 주택이 아닌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래서 건축학도 시절엔 아파트를 무던히도 싫어했다. 똑같이 생긴 성냥갑 건물들이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똑같은 공간들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까지 방해한다고 여겼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아파트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된 주택을 제공하는 주거 양식이 또 없다. 우리 삶이 이만큼 윤택해진 것은 도시가 있기 때문이고, 도시가 있는 것은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찬 덕분이기도 하다.
우리는 미국인들이 단독주택에 사는 걸 보고 다채롭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속내를 보면 그 집들도 차고 하나에, 창고 하나, 그리고 이층집 이런 식으로 구조가 거기서 거기다. 다양성이 있다고 느끼는 건 그 사람들이 각자 커스터마이징을 굉장히 잘 해놓고 살아서다.
껍데기보다 내실이 중요하단 얘기다. 획일화된 것처럼 보이는 아파트도 마찬가지로 잘 꾸며서, 나만을 위한, 내 삶을 다채롭게 하는 좋은 공간으로 얼마든지 탈바꿈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반베이스가 여러가지 인테리어 툴을 계속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사람들이 그런 공간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끔 돕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시공업자를 통해서 그런 작업이 가능할까.
"아마 어반베이스에 꾸며놓은 디자인을 주변 인테리어 업체에 갖고 가면 나오는 첫 마디는 '기술적으로 안 된다'거나 '안 어울린다'는 거절 멘트일거다. '왜 안 어울리냐'고 반문해도 속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을텐데, 사실 안 어울리는게 아니라 '안 하고 싶은 것'이라서다.
벽지와 바닥재를 여러 패턴으로 꾸미고, 내부 공간도 원하는대로 트고 합하는 그런 인테리어는 업자들 입장에선 마진을 내기 어려운 골칫덩이일 뿐이다. 벽지를 흰색으로 다 통일하면 반나절이면 끝낼 일인데, 세가지 색깔이 되면 이틀을 작업해야 한다. 다른 작업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가져온 계획을 최대한 간단하게 툭툭 잘라야 그만큼 마진이 늘어나는 구조다."
—해결책이 있나.
"우리가 회사를 설립했던 이유 자체가 인테리어라는 업종을 좀더 투명하게 만들고자 했던 데 있다. B2C 서비스의 핵심은 어반베이스 프로그램에서 벽지를 바꾸면 그게 실시간으로 견적에 반영돼 투명한 시공비를 산출할 수 있게끔 하는거다. 그러기 위해서 20여곳 정도의 인테리어 업체와 제휴를 맺고 매칭 서비스 또한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장차 인테리어 업계의 카카오T가 되는게 어반베이스의 목표다. 예전엔 불친절하고 담배 냄새 나는 택시가 정말 많았다. 카카오T는 친절한 택시 기사를 고용하고, 고객과 효과적으로 연결하면서 이런 업계에 파급 효과를 일으켰다. 담배 냄새 나는 택시가 많이 사라진 것처럼, 자기 편한 인테리어가 아닌 고객이 원하는 좋은 인테리어를 시공하는 업체가 많아지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