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사태' 이후 토지 단기거래 양도소득세 중과와 농지 취득자격 강화 등을 골자로 한 토지 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규제 발표 이후에도 농지를 비롯한 토지 거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땅에 묘목이 심어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14일 한국부동산원 '순수토지 거래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넉달 동안 전국에서 거래된 토지는 총 54만9430필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거래량인 46만2559필지와 비교해 14.5%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지난 3월 29일 부동산 투기 예방을 위해 단기 보유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주택이나 입주권 등과 같은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인 토지는 50%에서 70%로, 2년 미만인 토지는 40%에서 60%로 양도소득세율을 인상하기로 했다.

비사업용 토지는 양도세 중과세율을 10%포인트(P)에서 20%P로 올리고, 최대 30%인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에서도 배제하기로 했다. 해당 세제 변경은 소득세·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과세 중과 예고에도 불구하고 토지 거래량은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다. 투자 목적으로 볼 수 있는 외지인 토지 매입건수도 같은 기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외지인 순수토지 매입건수는 지난해 4~8월 17만6341필지에서 올해 4~8월 19만6561필지로 11.5% 증가했다. 다만 전체 토지 거래건수 대비 외지인 매입 비중은 지난해 38.1%에서 올해 37.1%로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회의사당 이전 등 정치권발(發) 호재가 돋보이는 세종시는 전국에서 외지인 토지매입 비중이 가장 컸다. 지난달 세종시에서는 1288필지가 거래됐는데, 이 가운데 71.0%에 달하는 915필지를 외지인이 매입했다. 이외에 외지인 토지매입 비중이 절반이 넘는 곳으로 강원도(50.8%)와 충청남도(50.6%)가 꼽혔다.

LH 직원 투기 사태 당시 농지를 매입해 묘목을 심어 보상가액을 높이는 등의 투기 방식이 조명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농업경영계획상 의무 기재사항에 직업과 영농경력을 추가하고 관련 증빙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농지취득자격 심사도 강화했다. 또 농지 취득 이후에도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1회 이상 농지 소유·이용 현황을 확인하도록 농지이용실태조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농지 거래량은 오히려 전체 필지 거래량보다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는 등 정책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는 상황이다.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전국 농지 거래건수는 24만815필지로, 전년 동기(20만4584필지)에 비해 17.7%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필지 거래건수 증가율인 14.5%보다 3.2%P 높다.

농지 거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신도시 지정과 신규 교통망 확충 등의 교통 호재가 풍부한 경기도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농지 거래량은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4만8919필지로 전년 동기(3만9234필지) 대비 9685필지(2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광역시 중에서는 인천시의 농지 거래가 4618필지로 전년 동기(3191필지) 대비 1427필지(44.7%) 늘며 상승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주택시장을 통해 증명됐듯이 규제로 거래를 제한하는 정책은 효과가 없다"면서 "토지는 애초에 단기가 아닌 중장기 투자상품의 성격을 띠고 있고, 주택에 비해 대출 규제도 덜해 투자수요가 유입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