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산업단지의 미분양 면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시도 중 13곳이 1년 전 보다 미분양 면적이 줄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주요 산업단지 내 공장 및 입주 기업의 가동률이 살아난 덕분이다. 다만 산업단지 유형별로 미분양률과 가동률도 상이해 지역·산업별 온도 차가 있는 상황이다.

경기 반월·시화 산업단지 전경. /한국산업단지공단

9일 본지가 전국 산업단지(국가·일반·도시첨단·농공) 1246곳의 미분양 현황을 분석한 결과, 7월 말 조사 기준 전국 미분양 면적은 2455만8787㎡로, 1년 전(2767만8825㎡)보다 11.3%(312만38㎡)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산업단지는 1년 전보다 2곳 늘어 1246곳이 됐다.

미분양 면적은 분양공고 후 분양·임대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현재 분양 중인 면적을 뜻한다. 전국 산업단지 분양공고 면적 6억9746만6388㎡ 중 분양 면적은 6억7290만7601㎡로, 미분양률은 3.5%다. 작년 동기 전국 산업단지의 미분양률은 4.0%였다.

지역별로 따져보면 미분양률이 가장 높은 곳은 전북(8.6%)이고, 충남(6.5%) 강원(5.2%), 경북(4.6%)이 그 뒤를 이었다. 1년 전 미분양 면적과 비교하면 전북을 제외한 충남, 강원, 경북 3곳은 미분양률이 줄었다.

전국 17개 시도 중 13개 지역은 미분양 비중이 전년보다 작아졌고, 4개 지역은 전년보다는 커졌다. 1년 전보다 미분양 면적이 늘어난 지역은 대구, 울산, 경기, 전북 등 4곳이다. 대구, 울산, 경기 지역의 미분양률은 1%대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지역 안에서도 산업단지 유형별로 큰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현재 21개 산단이 있는 대구의 경우 미분양 면적은 1년 전(32만6936㎡)보다 1만여㎡ 늘어난 33만5289㎡다. 지역 전체 산단의 미분양률은 1.3%다. 유형별로 보면 국가산단 미분양 비율은 5.5%이고, 일반산단 미분양률은 0.5%에 그치는 반면, 도시첨단산단의 미분양률은 60.3%에 달한다.

28개 산업단지가 조성돼있는 울산의 경우 전체 산단 미분양률은 1.6%다. 지역 내 국가산단과 농공산단의 미분양 면적은 0인 반면 일반산단의 미분양 면적이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울산 일반산단의 미분양률은 11.6%다.

전국에서 산단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경기는 189개 산단 전체 미분양률이 1.9%다. 경기 지역 내 산단은 전년 보다 4곳(일반산단 3곳, 도시첨단산단 1곳)이 늘었는데, 미분양 면적은 전년 대비 0.41% 감소한 154만5939㎡로 오히려 줄었다. 다만 경기 지역 소재 국가산단 5곳의 미분양 면적은 작년(31만6356㎡)보다 늘어난 39만7763㎡다.

90개 산업단지가 있는 전북의 경우 산단 미분양률이 8.6%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미분양 면적은 1년 전보다 1.67% 늘어난 471만4715㎡다. 1년 전보다 일반산단이 한 곳 더 늘어 23곳이 됐고, 농공산단도 한 곳 더 늘어 60곳이 되면서 미분양 면적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전국 산업단지 미분양면적 추이. /산업입지정보시스템

산업단지 유형별로 따져보면, 산업단지 중에서도 ‘도시첨단산업단지’가 미분양이 가장 심하다. 전국 17개 시도에 분포해있는 33개 도시첨단 산단의 미분양률은 20%에 달한다. 전국 47개 국가산단 미분양률은 2.6%, 690개 일반산단의 미분양률은 4.4%, 476개 농공 산단의 미분양률은 3.5% 수준이다.

도시첨단 산단은 지식산업과 문화산업, 정보통신산업등 첨단산업 육성,개발의 촉진을 위해 도시지역에 지정한 산업단지다. 경기 판교제2테크노밸리, 화성 동탄테크노밸리도시첨단산단, 부산 센텀2지구도시첨단산단, 부산 에코델타시티도시첨단산단, 대구 율하도시첨단산단, 천안 직산도시첨단산단 등이 있다.

산업단지는 지역 경제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산업단지가 새롭게 조성되거나 기업들의 입주가 진행되면서 부동산 시장 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 강서구에 ‘마곡첨단산업단지’와 경기 평택 ‘고덕국제화계획지구 첨단산업단지’가 각각 들어서면서 각 지역의 근로소득이 크게 증가하고, 주택과 상가 가격 등 부동산 가치가 올랐다.

1년 전보다 산업단지의 미분양 면적이 감소했다는 것을 두고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그만큼 지역 산업단지에 둥지를 내리려는 기업들이 늘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공장 가동률과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지난 6월 발표한 올해 1분기까지 전체 산단의 누적 생산액은 249조426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고, 수출은 910억7124만여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유형별로 보면 국가산단의 올해 1분기 누적 생산액은 전년 동기 대비 5.2% 늘었고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 늘었다. 같은 기간 일반산단의 생산액은 1% 늘었고, 수출은 6.7% 증가했다. 농공산단 생산액도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고, 수출은 7.1% 증가했다. 반면, 도시첨단산단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고 수출은 14.8% 줄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관할 국가산업단지 내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지난 8월 말 발표한 6월 국가산단 업체 가동률은 전월 대비 2.6% 오른 83.9%로 조사된 바 있다. 즉, 국가산단과 일반산단, 농공산단, 도시첨단산단의 경기 회복력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산업단지 내 공장과 입주기업들의 가동률이 상승한 가운데 산업단지 미분양률이 감소했다면 해당 지역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산업단지 내 업체의 가동률 등 생산능력이 떨어진 가운데 미분양이 해소됐다는 것은 달리 봐야 한다”면서 “지역 산업 경제와 별개로 단순히 땅값 상승을 노리고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투기적 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