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급등하고 있지만, 신도시 내 단독주택용지는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 청약시장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아파트 값이 많이 올라 오피스텔까지 수요가 넘어간 상황인데도 단독주택은 대체재로 선택받지 못하는 것이다.

경기도 한 신도시의 단독주택 밀집지. /조선DB

2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LH는 지난 20일 부산 명지지구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 9필지의 매수자를 찾기 위한 입찰 공고문을 게시했다. 지난달 말 10필지를 공급했으나 1필지밖에 주인을 찾지 못해 나머지 9필지(90.0%)를 다시 공급하는 것이다.

이 필지는 지상 3층 이하, 용적률 150% 이하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이다. 토지 면적은 260~380㎡(약 80~110평)로 평당 매각가는 3.3㎡당 약 800만~900만원이다.

명지신도시 아파트값 상승세와 비교하면 단독주택의 비(非)인기가 여실히 드러난다. 미분양이 나타난 명지지구 단독주택 D4블록 인근 명지호반베르디움2차 아파트는 전용 84㎡는 1년 전보다 2억원가량 오른 6억4000만원에 최근 거래됐다. 3.3㎡당 약 1940만원이다. 단독주택 용지 가격이 아파트의 절반 수준이지만 수요자 외면을 받은 것이다.

LH가 지난 3월 평택 고덕에서 고덕국제화계획지구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를 분양할 때도 미분양이 다수 나왔다. 총 258필지 공급에 절반가량인 128필지(49.6%)는 응찰자가 없었고, 계약 취소분을 더해 총 144필지(55.8%)가 수의계약으로 넘어갔다. 이 중 74필지는 수의계약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같은달 경기주택도시공사가 공급한 화성동탄2신도시 D33블록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 63필지 분양에서도 6필지(9.5%)는 미분양으로 남았다. 고덕신도시와 화성동탄2신도시 역시 명지신도시처럼 아파트 시장에서는 집값이 오르고 청약 경쟁률도 높다.

기타 지방에서도 단독주택용지의 비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경상북도개발공사는 지난 5월 경북도청 이전신도시 건설사업(2단계) 단독주택용지로 주거전용 76필지를 공급했으나, 이 가운데 14필지(18.4%)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 충청남도개발공사가 이달 공급한 당진수청2지구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 55필지도 15필지(27.2%)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충남개발공사는 다음달부터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공급을 이어간다.

부동산 업계에선 단독주택이 아파트의 아성을 넘지 못하는 현실이 반영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전국 평균 단독주택 매매가격은 작년 1월(3억8698만원)까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3억7803만원)을 앞섰으나, 이후 역전된 뒤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단독주택은 4억1432만원, 아파트는 5억1257만원으로 1억원 차이가 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수요 선호도가 떨어져 나타난 현상”이라면서 “주거전용 단독주택의 경우 수요층이 많지 않고, 점포겸용 단독주택의 경우 한때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기였지만, 꼬마빌딩으로 트렌드가 옮겨가며 수요가 줄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