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청소·세탁 서비스를 예약합니다. 오후에는 정해진 시간에 아이돌봄서비스 선생님이 방문하도록 하고, 단지 내 영화관에 영화 보러 갈 수도 있지요. 반려동물이 있다면 펫케어 서비스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호텔에서나 볼 수 있던 컨시어지 서비스를 아파트에 도입한 것인데, 미래에는 로봇도 서비스에 투입될 겁니다.”

IT는 아파트 생활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었다. 장석봉(사진) GS건설 아텍(Artech)그룹 건축주택마케팅팀 책임으로부터 프롭테크가 만드는 변화를 듣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간 고급화 경쟁은 결국 IT 기술의 적용과 확대로 진화하고 있다고.

프롭테크(proptech)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IT기술을 접목한 부동산 서비스를 뜻한다. 전화기처럼 생긴 인터폰을 월패드로 바꾸는 것 정도로 혁신이라고 여겨졌던 때도 있었다. 건설사도, 소비자들도 IT기술의 활용도를 잘 모르던 시절 이야기다.

이젠 달라졌다. 장 책임은 “최근에는 재택 근무가 활성화되는 추세에 맞춰 스마트폰으로 아파트 단지 내 공유 오피스 서비스를 예약하고 활용하는 서비스도 만들고 있다”면서 “고객의 관점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찾고 고민하며 다양한 분야의 플레이어들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야말로 IT기술을 활용해서 모든 걸 누릴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장석봉 GS건설 Artech그룹 건축주택마케팅팀 책임

― 건설회사에서 IT기술을 다룬다니 이례적이다

“2018년에 신사업부에서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프롭테크를 다루는 ‘스페이스팀’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주택과 관련된 상품 기획력을 키우자는 의도에서 건축팀과 마케팅팀, 디자인팀, 설계팀, 상가시설PM팀을 묶어 상품 기획 전담조직인 ‘아텍그룹’을 만들었다. 이 팀에서 상품 기획과 프롭테크 분야도 담당하게 됐다.

스페이스팀이 꾸려졌을 당시 IT를 조금 안다는 이유로 합류했다. 평소에 IT에 관심이 많았다. 건설사에서도 IT가 꽃피는 날이 올거라고 봤고 그게 다가올 미래라고 생각했다. 원래 도시공학을 전공했는데 IT분야에 관심이 많아 스마트 커뮤니티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회사에서도 그걸 알고 이 팀으로 보냈다. 이후 아텍그룹으로 옮겨 IT 기술을 아파트에 구현하는 일을 하고 있다.”

― 프롭테크 서비스가 실생활에 어떻게 구현 되는가

“자이안비(GS건설이 2020년도에 내놓은 커뮤니티 브랜드)를 예로 설명하면 쉬울 것 같다. 자이안비는 아파트 생활 전반을 관장하는 통합 IT시스템 브랜드다. 전반적인 생활가치를 높이기 위해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 브랜드를 만들었다. 분양에서부터 입주, 생활하는데까지 필요한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

입주를 할 때는 잔금처리, 하자보수 신청, 하자보수 관리감독 등에 활용된다. 예전에는 하자보수를 신청할 때 종이에 하자보수 내역을 기입하고 아르바이트생이 이를 전산에 입력하는 구조였다. 여기에서 불만들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자이안비를 통해 소유주가 직접 하자보수를 신청하고 처리 과정과 결과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게시판·공지사항·관리비 현황도 볼 수 있다. 필라테스 예약. 주차장에 있는 자동차 공유서비스, 아이 돌봄서비스 신청 등이 내 집 안방, 침대에서 두루 가능하다. 예전엔 각자 찾아서 하던 일을 한번에 해결하도록 해준다는 얘기다.

호텔에서나 볼 수 있던 컨시어지 서비스도 적용했다. 청소나 세탁, 펫케어, 다이닝 등 12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각 업계의 탑플레이어들과 연결했다. 우리가 다 할 수 없으니까 주변, 잘하는 회사와 연동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는 ‘오픈이노베이션’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단지 내에 구축된 소규모 사무실을 공유오피스로 활용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50평 정도의 작은 사무실을 공유오피스 업체를 통해 예약·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공유오피스 업체가 보유한 다른 지점의 공간도 활용할 수 있게끔 할 생각이다.”

― 새로 짓는 아파트에서만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가

“기존 입주단지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확장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안산 그랑시티자이 2차 입주자대표위원회 분들도 만났는데 자이안비를 넣어달라고 하더라.

새로 서비스를 하려면 관리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설사업관리(PM) 업체를 만나야 하고, 서비스에 참여하는 업체들과도 협의해야 하는 등 번거롭긴 하다. 하지만 주민들의 요청이 들어오면 다 바꿔드리려고 하고 있다.”

커뮤니티 통합 서비스 브랜드 '자이안비(XIAN vie)' 사용화면 캡처/GS건설

― 첨단 기술을 거부하는 경우는 없나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있다. 재건축 단지의 경우 고급화를 위해 IT기술을 연결하려고 하면 예상치 못한 반발이 생기는 때가 있다. 분담금을 늘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럴 땐 일일이 조합장과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러 다닌다. 우리는 재건축 분담금이 늘어나지 않는 쪽으로 하려는 것인데도 의도를 설명하는 일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아파트 입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차량공유시스템 ‘모빌리’를 넣으려고 했을 때 불만이 좀 있었다.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에 도입한 서비스다. 신축 아파트는 통상 1가구당 1.5대씩 주차할 수 있도록 주차공간을 만드는데, 모빌리를 적용하려면 입주민들의 주차 공간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어 반대가 심했다.

앞으로 공유차가 실생활에서 더욱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60대 분들이 퇴직을 많이하는데, 자차를 보유하고 있으면 의료보험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그 얘기를 꺼냈더니 조합원들도 ‘어 나도 그거때문에 골치 아픈데, 애들한테 차 안빌려도 되는거야’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 어떻게 진화하고 있나

“GS건설에서는 ‘디자인은 세련되게, 서비스는 첨단으로’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2002년에 홈네트워크를 처음으로 론칭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금은 5.0 버전까지 나왔다. 콘센트부터 집에 들어가는 전자기기까지 한번에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19년에는 인공지능(AI) 플랫폼까지 도입했다. 이 시스템의 장점 중 하나는 고객이 어떤 통신사를 이용하든 플랫폼에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을 제어하는데 통신사에 귀속되지 않게끔 했다. 예를 들면 세종 자이 더 시티에 입주한 주민이 SK텔레콤을 사용하든 KT텔레콤을 사용하든 플랫폼이 반응하게끔 만들었다.

또 AI스피커에 연결된 전자제품들은 어떤 것이든 가져와서 부착해도 다 연동되도록 했다. 스마트 무드등이나 공기청정기 등도 AI스피커와 연결돼있으면 전부 활용가능하다. 현재는 AI스피커를 통하지 않은 장비들도 사용자가 원하면 연결할 수 있도록 대기업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나아가려고 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장비를 AI플랫폼에 연동하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고, 온도나 조명과 같은 공간환경도 입주민에게 맞추려고 한다. 예를 들어 생활패턴을 기록해 날짜별·방별로 선호하는 온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따뜻한 공간을 원하는 고객이라면 온도를 높이고, 침실에서는 수면에 적합한 온도에 맞춰 낮추는 식으로 자동화 했다.”

자이 AI플랫폼은 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솔루션을 찾아 거주자들의 편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고객 만족형 플랫폼 서비스'다. /GS건설 제공

―건설 현장 다른 부분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대표적으로 BIM과 안전관리 부문에 적용된 사례가 있다. 빌딩정보모델링(BIM)은 공정이 복잡한 경우 3차원(3D)으로 집을 먼저 지어보는 기술이다. BIM팀에서 지하주차장이나 기본적인 건물 지을 때 배관이 지나가는 자리나 콘크리트 양 미리 지어보고 문제점을 파악한다. 이 기술을 활용해 건축비용을 많이 줄여가고 있다. 하나은행 데이터센터를 만들 때 BIM을 써서 비용을 줄였다.

현장 안전관리 부분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 여럿 있다. 주로 폐쇄회로(CC)TV를 활용한다. CCTV가 공사현장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면, AI가 안전모나 안전벨트를 장착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내 그 사람이 있는 구역을 관리하는 사람에게 알람을 준다. 사고위험이 큰 지역은 위험지역으로 설정해 관리를 강화한다.

하지만 아직은 기술적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개발된 기술은 안전모 장착 여부는 인지하지만 안전 벨트는 인지를 잘 못한다. 옷과 벨트를 잘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감지기능을 개선하지 않으면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 프롭테크 산업의 또다른 흐름이 있다면

“현재 프롭테크 기업들은 사실 중개업쪽에 치우쳐있다. 최근 만나는 업체들 중에서는 메타버스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메타버스는 모델하우스 전시에서부터 다중 소통·접속에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업체별로 특성이 달라 어떤 시스템을 활용해야할지는 고민이 된다. 로블록스와 제페토는 각각 미성년·20대 초반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집에 관심이 있는 30대 이상을 끌어오려면 어느 업체를 활용해야 할지 검토가 필요하다.

3D프린팅을 활용한 건축물처럼 하드웨어쪽에 관심을 갖는 업체도 있다. 사실 아직 우리나라가 부족한 것이 이 부분이다. 중국·네덜란드는 5층 이상 건물도 3D프린터로 짓고 있는데, 그런 쪽이 프롭테크의 연장선상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기술이 대체하게 될 것 같다.”

― 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송도 같은 곳의 랜드마크 아파트에는 로봇을 넣고 싶었다. 다른 회사들처럼 맛보기식으로 1~2대 넣는 게 아니라, 동마다 배치시키고 택배나 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전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로봇이 내장된 아파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규제 때문에 힘들다. 분양가 상한제가 대표적인 예다. 아파트 평준화를 계속 요구한다. 평준화 된 시장에서 그런 서비스를 넣는 게 쉽지는 않다.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로봇을 개별 가구에 옵션으로 선택하도록 할 수는 없다.

새로운 기술을 넣는 것보다는 성냥갑처럼 짓는게 가장 좋다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제도에 걸려 지금 하고싶은 것들을 하지 못하는 게 많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