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엔 공급 부족과 토지보상금으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가시화하며 상반기보다 더 오를 겁니다. 하반기 키워드는 ‘1기 신도시의 부활’이 될 겁니다. 1기 신도시인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이 재건축과 리모델링으로 다시 날갯짓을 할 시점이 도래했습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이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위치한 KB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장련성 기자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위치한 KB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박 위원은 하반기 집값이 상반기보다 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상승을 전망하는 이유는

“현재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요소는 공급 부족이다. 서울시 인구가 1000만명 아래로 감소했지만, 가구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1~2인 가구가 늘어난 영향이다. 아파트 매수수요는 인구가 아닌 가구 단위로 작동한다. 인구 감소에도 매수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공급은 적다. 올해 서울의 입주 물량은 총 3만1000여가구인데, 내년과 내후년엔 각각 2만가구, 2만1000여가구로 입주 물량이 줄어든다.

하반기엔 공급 부족이 더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종부세 과세기준일(매년 6월 1일)이 지났기 때문에 하반기엔 시장에 나올 매물이 상반기보다 적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3만1000여가구인데, 이 중 하반기 입주 물량은 1만2000여가구로 상반기보다 적다. 하반기 상승폭이 상반기보다 더 크다고 전망하는 이유다. 2019년 이후 최근 2년 새 ‘전약후강’ 현상이 반복하고 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실 상반기를 ‘약(弱)’으로 정리하기 어렵지만, 하반기에 더 강한 상승세가 온다는 의미다.

유동성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도 하반기 주요 상승 요인이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은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데, 하반기엔 3기 신도시 등 각종 개발로 인한 토지보상금으로 유동성이 더 커진다. 토지보상금을 받고 1년 이내 대체 부동산을 매입하면 취득세를 감면해 주기 때문에 토지보상금으로 증가한 유동성은 1년 이내에 절반은 부동산으로 돌아오는 특성이 있다. 가뜩이나 저금리로 풍부한 유동성에 토지보상금이 가세하는 것이다.”

― 금리 인상 시그널이 나오고 있는데 부동산 시장 영향은

“우선 금리 인상이 여러 차례 큰 폭으로 이뤄지기 쉽지가 않다. 한국은행은 연내 1~2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했지만, 연내 1차례, 0.25%포인트 인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내 경제 여건을 고려해 금리 인상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또 국내 가장 큰 이슈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경제 살리기’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재임 초기부터 금리를 인상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상이 여러 차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금리와 부동산은 전통적인 역의 관계이지만, 소폭의 기준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대출금리는 통상 절반 정도 반영돼 0.10% 안팎으로 오른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른다고 가정하면 대출금리는 현재 2.6~2.7%대에서 2.8%로 오른다. 수요자 체감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저금리에서 우상향으로 전환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은 있겠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칠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이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위치한 KB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장련성 기자

―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투자 격언이 있는데, 지금은 어디쯤인가

“어깨 정도에 와있다. 매매가격이나 평당가만 살펴보기보다 소득을 반영한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 통계를 살펴봐야 한다. 이 통계를 보면, 서울의 중위 소득 계층이 중간 가격대 집을 살 때 올해 3월 기준으로 17.8년이 걸린다. 1년 전만 해도 14.2년이었다. 서울은 10년, 지방은 5년이 정상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 집값은 정상(10년)보다 약 80% 비싸다는 것이고, 그만큼 주택가격이 고점으로 올랐다는 뜻이다.”

― 어깨에 다다랐다면 격언처럼 팔아야 하나

“비싸지만 가지고 있어야 할 때고, 비싸지만 사야 할 때다. 팔아야 하는 타이밍이지만 팔 수 없는 이유가 더 많다. 과연 집값이 하락할까. 공급이 대폭 확충돼 수요를 충당하고 나서 공급이 더 있어야 집값이 떨어진다. 수요공급이 가격을 결정하는 데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8할을 차지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2인 가구 증가로 수요는 계속 늘고 당분간 공급이 요원하다. 3기 신도시나 공공 정비사업을 통한 대규모 공급은 빨라도 5~6년, 일반적으로는 7~8년이 걸린다. 수급 불안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다. 일시적인 경제 충격으로 집값이 조정받을지 몰라도 폭락할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무주택자는 전세로 머무는 것보다 집을 사는 게 유리한 시점이며 비싸지만 사야 할 때다. 집값이 어깨로 올랐으니 팔겠다는 유주택자의 선택은 현시점에서 상당한 리스크다.

무주택자라면 집값이 떨어져도 조기에 회복할 만한 입지를 골라 살 필요는 있어 보인다. 구매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달라지겠지만, 경기가 침체되더라도 조기에 회복할 만한 입지나 지하철 신설 등 교통이 개선되는 지역으로 사야 한다. 상대적으로 침체나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고, 떨어져도 지지가 될 곳을 골라야 한다.”

― 올 상반기에 시흥, 동두천, 고양, 의정부가 20% 이상 급등했는데, 하반기 주목할 지역은

“1기 신도시인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이 재건축과 리모델링으로 다시 날갯짓을 할 시점이다. 올 하반기부터 상승세가 본격 시작할 것이다. 특히 분당은 때를 만났다. 교육과 커뮤니티가 우수한 지역인데, 판교의 상승세와 비교하면 여태 덜 올랐다.

평촌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인덕원역이 개통하면 최대 수혜지고, 중동은 GTX 부천종합운동장역이 개통하면 수혜를 본다. 1기 신도시들은 지역별로 각자 호재를 갖추고 있는데, 재건축과 리모델링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다. 날갯짓을 할 때가 다가왔다.”

― 아파트를 제외한 부동산 상품 가운데 주목할 만한 상품이 있다면

“주거용 오피스텔이 소형주택의 대체재로 떠오르는 흐름이 가속화할 것이다. 투룸 이상 오피스텔은 올 하반기 소형아파트의 틈새 보완재로 좀 더 인기를 누릴 수 있다. 아파트를 사고 싶으나 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요자들이 투룸 이상 오피스텔에 주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