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인수가격은 2조1000억원 안팎이다. 본입찰 당시 중흥건설이 제시한 2조3000억원보다 2000억원쯤 낮아졌다.

대우건설. /조선DB

대우건설 내부에선 애초 중흥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큰 것에 대해 마뜩잖은 분위기가 강했다. 중흥건설 그룹 내에는 시공능력평가 15위인 중흥토건과 35위 중흥건설이 있다. 10위권 밖 중흥건설이 시공능력평가 6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의견이 대우건설 내부 상당수 직원의 반응이었다.

가뜩이나 중흥건설이 본입찰 과정에서 인수가를 낮추며 대우건설 내부 반발은 더욱 커졌다.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2일 서울 을지로4가 대우건설 본사 앞에서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을 열고 “입찰 7일 만에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이런 상식 밖의 결정이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밀실·특혜 매각 아니냐”면서 “산업은행은 밀실·특혜·짬짜미 매각을 즉시 중단하고, 노조와 협의기구를 구성한 뒤 새로운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한 매각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달 산업은행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좋은 주인 찾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 입장에서 좋은 매각이 되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다”면서 “실사 저지를 포함해 매각 저지를 위해 과거 노동조합이 해왔던 그 이상의 대응을 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재입찰을 통해 2000억원을 깎은 중흥건설이지만, 그만큼 반발심이 더 커진 대우건설 임직원들을 달랠 필요성도 커진 컷이다. 가뜩이나 대우건설은 앞선 인수 과정에서 갈등이 많았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지분 72.1%를 6조6000억원에 인수하며 새 주인이 됐지만, 3년 만인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산업은행에 재매각됐다. 산은은 2017년 공개 매각을 통해 호반건설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지만, 호반건설은 이후 해외 부실이 추가로 드러났다는 이유로 인수를 철회했다.

익명을 요청한 대우건설의 한 직원은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내부에선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들이 많이 늘었다”면서 “‘한때는 시공능력평가 1위였는데 이제는 창피해서 못 다니겠다’는 직원들 반발이 너무 크기 때문에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우건설 직원은 “예전에 대기업 계열사인 금호건설과 대우건설이 함께 운영될 때도 시너지를 낸 적이 없었는데,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 역시 시너지가 없을 것”이라면서 “당장 정비사업지에선 중흥건설이 인수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분위기가 생긴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