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중에서 가장 쌌던 도봉구의 아파트값이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 매수세에 일대 개발 호재가 더해져 상승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도봉구는 이제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싼 곳이 아니다.

일대 문화거리가 형성될 예정인 창동 민자 역사.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주 도봉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6% 올랐다. 서울에서 노원구(0.20%), 서초구(0.18%)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수치다.

평균 매매가격으로 보면 도봉의 지난 1년간 상승세는 돋보이는 수준이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아파트 가격 통계에 의하면, 도봉구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지난해 5월 2090만원에서 올해 5월 2954만원으로 1년만에 41.3% 상승했다. 서울시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같은 상승세에 지난해 5월 서울시에서 가장 낮았던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올해 5월 기준 금천(2627만원), 중랑(2755만원), 강북(2880만원), 은평(2921만원)을 제쳤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의하면, 지난 1월 3억4120만원(5층)에 거래된 창동17단지 전용면적 36㎡는 지난달 5억원(4층)에 거래됐다. 6개월만에 1억5880만원, 31.76% 오른 셈이다. 창동주공19단지 전용면적 68.86㎡는 지난 4월 10억 9500만원(11층)에 거래되면서 지난 1월 9억800만원(5층)보다 2억원 가까이 뛰었다.

도봉구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방학동 역시 지난 1월 5억5000만원(2층)이었던 신동아 1단지 전용 84.87㎡가 4월 6억1000만(1층)에 손바뀜했다. 방학동 삼성래미안 1단지 134.98㎡는 1월 9억2000만원(3층)이었는데 4월 12억원(10층)으로 3개월만에 3억원 가까이 올랐다. 쌍문동 e편한세상 84.75㎡는 1월 6억3000만원(2층)에서 4월 7억7700만원(5층)에 거래됐다.

도봉구 상승세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우선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이라는 점을 꼽는다. 도봉구의 지난해 상승률은 1.73%로 동북권역 평균 상승률 1.59%보다는 약간 높았지만, 인근 노원구(2.05%), 강북구(2.09%)보다는 낮았다. 여기에 중·저가 지역이다 보니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에 중·저가 단지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도봉구에도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각종 세금 규제에 1가구 2주택자가 줄어들면서 시장에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가 대부분인데, 그러다 보니 서민들은 가격부담이 덜하고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9억원 이하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면서 “그 효과가 도봉구의 가격상승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와 인접한 창동 일대의 각종 정비사업 추진도 도봉구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창동에서는 주공18·19단지가 정밀안전진단에 들어섰고, 주공17단지와 상아1차아파트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다. 주공 1~4단지 역시 재건축을 위한 사전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아파트 재건축 외에도 11년간 흉물스럽게 방치됐던 창동역세권 개발사업이 지난 4월 오세훈 시장 취임과 함께 다시 추진되는 등 개발 호재가 있다.

방학동과 쌍문동 일대에서도 2·4 공급대책에서 중점 추진하려던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기존 민간사업을 통해서는 개발이 어려운 노후지역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주도해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도봉구에서는 지난 8일 기준 도심복합사업의 선도사업 예정지구인 ▲쌍문역 동쪽 지구 ▲쌍문역 서쪽 지구 ▲방학역 인근 지구 등에서 주민 동의율이 모두 50%를 넘겼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외곽의 중·저가 지역에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창동·방학동 일대의 재건축 움직임과 창동역 역세권 개발사업, 근처인 노원구의 광운대역 역세권 개발사업이 도봉구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도봉구에서도 도봉동 일대 상당수는 북한산 자락이라 개발이 제한돼, 창동역·쌍문역·방학역 일대에 개발 사업이 밀집한 것도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변수라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