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의 마지막 퍼즐인 전월세 신고제가 1일 시행됐다. 앞서 시행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장에 워낙 큰 영향을 준 만큼, 마지막 주자인 전월세 신고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선 주민센터와 공인중개업소에는 새로운 제도를 놓고 관련 문의가 늘어 첫날부터 혼란이 빚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주택 임대차 신고제, 즉 전월세신고제 시행을 하루 앞둔 31일 오후 세종시의 한 주민센터에 국토교통부가 배포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1.5.31/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수도권과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 세종시, 제주도 전역과 함께 도 지역의 시 지역(군 지역 등 제외)을 대상으로 전월세 신고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9일부터 5월 말까지 세종과 대전 등 일부 지역에서 실시된 시범 운영기간을 거쳐 1일 적용 지역을 확대한 것이다.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면 보증금 6000만원을 초과하거나 월세가 30만원을 넘는 전·월세 계약의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은 30일 이내에 지자체에 계약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기존의 계약을 갱신했더라도 보증금이나 월세 등 임대료에 변동이 있으면 신고 대상이다. 아파트, 다세대 등 주택뿐만 아니라 고시원, 주거용 오피스텔, 기숙사 등 준주택, 공장·상가 내 주택 등 비주택 임대차 계약까지 포함된다.

◇ “저도 신고해야 하나요?”… 주민센터 상담문의 늘어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첫날, 전입신고 업무를 담당하는 일선 주민센터에는 상담 문의가 늘었다. 전월세 신고제를 잘 모르는 민원인들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한편, 확정일자를 받으러 방문한 주민들에게 일일이 임대차계약 신고를 권하는 일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제도를 문의하는 민원인들에게 한참 내용을 설명하다가 업무가 지연되는 상황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서울시 무악동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 업무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확정신고를 하러 오신 분들에게 전월세 신고도 권고하고 있다. 계약서를 스캔하는 절차가 있어서 1~2분정도 더 소요되기는 하는데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에도 관련 문의가 많이 온다”면서 “6월 1일 이전에 계약했는데 본인도 신고대상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이 많다”고 덧붙였다.

역삼1동 주민센터 관계자도 “상담 문의가 늘었다”면서 “업무에 지장이 되는 정도는 아니지만, 제도 내용을 한참 문의하시는 분들도 있다보니 시간이 좀 걸린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정작 전월세 신고를 하러 오신 분들은 많지 않아서 창구가 붐비지는 않았다. 지금도 오시면 바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상담 내용을 보면 ‘신고 절차는 어떻게 되나’, ‘현재 살고 있는 집도 신고 대상인가’라는 질문부터 ‘계약을 갱신했는데 대상에 해당되나’라는 문의도 있었다. 그때마다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은 ‘6월 1일 이후 아파트같은 주택으로 전입신고하거나 계약을 갱신하시는 분들만 신고대상'이라고 일일이 답했다.

◇ 공인중개사는 한산… ”상한제 도입때보다 문의 적어”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법적으로 신고 주체는 임차인이나 임대인이고, 공인중개사는 이런 내용을 안내만하면 되기 때문이다. 앞서 당정은 공인중개사에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입법을 추진했으나, 공인중개사들의 거센 반발로 철회됐다.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임차인으로부터 자격을 위임받아 계약 신고를 할 수는 있으나, 공인중개사가 직접 개입할 여지는 적다.

지난 4월 2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 유리창에 시세표가 붙어 있다. 2021.4.26 /연합뉴스

서대문구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입신고를 대부분 하니까 제도가 도입돼도 큰 변동사항은 없어 문의는 많이 들어오지 않는 편”이라면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의 집들이 간혹 있는데, 그런 경우에만 따로 신고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6월 이후 거래 물량이 많지는 않아서 그럴 수 있다. 방학기간인 7~8월에 계약이 늘면 그때 얘기가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먼저 도입됐던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의 파급효과가 커서 전월세 신고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는 반응도 있었다. 서울시 마포구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월세 상한제가 처음 도입됐을때 만큼 문의가 많지는 않다”면서 “기존 계약의 재계약건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금액 변동이 없으면 신고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시범적으로 제도를 실시했던 세종시와 대전시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세종시 보람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월세 신고제 관련해서 문의가 좀 들어오기는 했지만 우리가 하는 게 아니라 임대인과 임차인들이 직접 하는거라 민원이 많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대전시 둔산동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신고제도를 손님들에게 설명하고는 있는데 문의가 많지는 않다”고 했다.

◇ 인터넷 커뮤니티선 ‘찬성’ vs ‘반대' 설왕설래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갱신을 앞두고 있는 임대인·임차인을 제외하고는 차분한 분위기다. 기한 내 신고하지 않더라도 내년 5월 31일까지 1년 동안 계도기간이 운영되기 때문에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전입신고 방식처럼 임대차계약서만 제출하면 된다는 점도 이유다.

그러나 제도에 대한 찬반 여부를 놓고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한 네티즌은 “다른 임대법과 동일하게 임차인에게 세금을 전가하는 원인이 되어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월세 신고로 세금이 늘어난다면, 결국 모든 손해는 임차인에게 가게 돼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또 다른 네티즌은 “이제 전세 금액 조작이 들통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세입자들은 ‘걱정 반 기대 반'인 모습이다. 2주 전 서울시 송파구로 이사한 이현지씨(30)는 “전월세 신고제 때문에 월세가 오른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매매신고가 의무가 됐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차라리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해 임대인들이 세금을 똑바로 내면 좋겠다”고 했다. 동작구에 사는 세입자 E씨(30)도 “초기에는 임대인이 임대료를 올려서 부담을 전가하는 부작용이 있을 것 같아 우려되지만, 제도가 정착되면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임대인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무악동에 거주하는 주택임대사업자 박금선씨(77)는 “수입도 없는데 전월세 상한제와 신고제가 겹치면서 임대료를 쉽게 올릴 수 없어졌다”면서 “의료보험료까지 많이 내라는 상황에 재산세가 너무 늘어 사는 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임대사업자 B씨(61)는 “재산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한다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세금이 늘어날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추후에 추가 세금이 부과되면 그때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제도의 공식 목표가 세금 부과가 아닌 투명한 시장 유도이기에 당장의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고가 임대매물이 아닌 일반적인 범위의 임대시장에서는 투명한 시장유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