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화재안전성능시험을 앞두고 건축 단열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화재안전 성능과 단열 성능을 모두 높여야 하는 가운데, 전체 시장은 커질 전망이어서 일각에서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1일 건자재 업계에 따르면 건축물 마감재료와 관련한 규정을 바꾼 건축법은 오는 6월 말과 12월 말 두 차례에 걸쳐 시행될 예정이다. 6월 29일부터는 외벽 마감재료의 경우 기존에 앞면 1면(건물 외벽 시공 시 바깥으로 향하는 면)에 대해서만 요구하던 준불연(準不然) 성능(가열을 해도 연소하지 않는 불연 재료 기준과 비슷한 방화 성능) 이상을 뒷면·측면까지 모든 면으로 확대해 시행한다.

이는 페놀폼보드(PF보드) 등 이종 단열재의 경우 각 면 마감재질의 안전 성능이 다른 점이 문제로 지적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PF보드 뒷면은 콘크리트 면에 본드를 접착해 붙이는 부직표 면이고, 바깥으로 향하는 앞면은 은박지가 부착된 면이다. 이 은박지면에 대해서만 준불연 성능이 요구돼왔던 것인데 일부 건설 현장에서 준불연 성능을 갖추지 않은 뒷면을 외벽으로 향하도록 잘못 공사하면서 화재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오는 12월 23일부터는 복합소재의 심재(패널 안에 심어넣는 재료)까지 준불연 이상의 성능을 확보하도록 하는 개정 건축법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샌드위치 패널과 복합외벽 마감재료에 대해 시행하는 ‘실대형 성능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기존에는 일부 샘플 시험을 통해 난연 성능을 평가해왔는데 성능평가시험이 대폭 보완된 것이다.

이는 작년 4월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 이후 대형 화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건축자재 화재안전 기준 강화 대책에 따른 것이다. ▲강판과 심재로 이뤄진 복합자재의 심재는 무기질 재료를 사용하거나 준불연재료 이상을 확보하도록 하고, ▲두 가지 이상의 재료로 제작된 외벽 마감재료는 각각의 재료에 대해 성능기준을 적용하도록 강화한 게 골자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은 앞서 입법 예고된 바 있다.

LG하우시스가 이달 출시한 건축용 단열재 준불연 PF(페놀폼)단열재. /LG하우시스 제공

◇ ‘준불연 성능 의무화’에 희비 엇갈린다

건자재 업계에서는 새로운 건축물 화재 안전기준이 건축물 단열재 업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다며 긴장하고 있다. 기존 제품과 다른 새 기준을 충족하는 단열재를 개발·생산해야만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단일재료로 이뤄진 단열재의 경우 1면에 대해서만 실시하면 되지만, 각 측면의 재질 등이 달라 성능이 다른 경우에는 앞면, 뒷면, 측면 1면에 대해 각 3회를 실시해야 하다보니 이종단열재 생산·공급업체들은 강화된 법적 기준에 따른 불만도 만만치 않다.

단열재는 패널에 들어가는 심재에 따라 크게 그라스울이나 미네랄울 같은 무기물 단열재와 스티로폼, 우레탄폼이 들어가는 유기물 단열재로 구분된다. 무기물 단열재는 불에 타지않는 불연(不燃)제품이지만 가격이 비싸다. 유기물 단열재는 준불연·난연을 포함한 개념으로, 무기물에 비하면 불에 약하지만 단열 기능이 좋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국내 단열재 시장은 유기물 단열재 위주다. 스티로폼이라고 불리는 EPS를 심재로 쓰는 EPS패널이 전체 단열재 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해왔고 중소업체들이 주로 진출해있었다. 하지만 한층 강화한 화재 안전 기준과 성능시험이 시행됨에 따라 시장이 새롭게 재편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강화한 화재 안전기준과 단열 성능을 모두 갖춘 새 제품을 단기간에 개발하고 타 업체보다 먼저 안정화하는 업체와 그렇지 못하는 업체 간의 희비가 크게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종단열재에 적용되는 새로운 평가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단기에 기준을 충족하고 기존 제품을 전환해 새 제품을 생산하는게 쉽지가 않다보니 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면서 “단열재 시장에 진출해있는 업체에는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라고 했다.

◇ “수요 늘어 업종 수혜… 시장 경쟁은 심화”

증권업계에서는 건축법 개정에 따라 준불연 이상의 화재안전성능을 갖춘 단열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단열재 시장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준불연 이상의 단열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LG하우시스, KCC, 벽산, HDC현대EP 등이 꼽힌다. 무기물 단열재는 KCC와 벽산이 대표적이고 유기물 단열재는 LG하우시스와 HDC현대EP가 대표적이다. LG하우시스는 PF(페놀폼)단열재, HDC현대EP는 EPS(발포 폴리스티렌)단열재를 생산한다.

LG하우시스의 경우 이달 업계 최초로 심재 준불연 PF단열재 제품을 출시했다. LG하우시스가 선보인 심재 준불연 제품은 유기단열재 가운데 단열과 화재 두 가지 성능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이다. 기존 PF단열재 제품 제조공정에 준불연 특수처방 기술을 적용해 심재 준불연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는 2022년 가동을 목표로 PF단열재 4호라인 증설 진행 중이다.

HDC현대EP의 경우 작년 고난연 EPS 제품을 업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고난연 EPS 제품의 매출은 출시 이후 성장세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HDC현대EP가 출시한 고난연 발포 폴리스티렌 제품 ‘더블폴.’ /HDC 제공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단열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업계 간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축법 개정의 영향으로 불연자재 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면서 “다만 화재안전성능에 대해 장기간 준비하지 않으면 실제 유통·시공 단계에서 균일 성능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은 상위 업체 중심으로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준불연 이상의 화재안전성능을 가진 단열재 시장의 경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불연재료는 가열시험 개시 후 20분간 가열로 내의 최고온도가 최종평형온도를 20K(켈빈)를 초과 상승하지 않아야 하며 가열 종료 후 시험체의 질량 감소율이 30% 이하여야 한다. 준불연재료는 가열시험 개시 후 10분간 총방출열량이 8MJ/㎡(제곱미터당 8메가줄) 이하이며, 10분간 최대 열방출률이 10초 이상 연속으로 200kW/㎡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10분간 가열 후 시험체를 관통하는 방화상 유해한 균열, 구멍 및 용융 등도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