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2분위 매매가격이 8억원을 눈앞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2분위는 가장 비싸게 거래된 아파트부터 일렬로 나열했을 때 위로부터 60~80%에 해당하는 구간이다. 서울 아파트 대다수가 법정(法定) 고가주택의 기준 9억원에 다가서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종합부동산세 부과를 강행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오히려 서민 주택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의 외곽·소형 평형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모습

6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2분위(상위 60~80%) 아파트 매매가격은 7억9965만원이었다.

서울 2분위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2008년 12월 해당 통계가 작성된 이후 10여년 가까이 3억원대에 머물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처음 4억원을 넘었다. 이후 5억원 고지를 16개월, 6억원 고지를 17개월 만에 넘었으나 7억원선을 돌파하는 데는 불과 8개월이 걸렸다. 다음달에는 9개월만에 8억원을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것이 2분위 아파트만의 일은 아니다. 하위 20%를 나타내는 1분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지난 2017년 5월 2억8346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 3월에는 5억458만원으로 4억원 선을 넘은 지 10개월 만에 5억원 고지까지 올랐다. 1~2분위는 대부분 서민들이 주거하는 아파트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을 일렬로 세웠을 경우 정확히 가운데를 의미하는 중위값은 지난해 1월 이미 법정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을 돌파해 지난 4월 현재 9억8667만원선이었다. 지금까지의 추세라면 올해 안에 2분위 매매가격도 9억원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 대다수의 아파트가 이처럼 가격이 오르면서, 아파트 구매자들이 점점 주거 복지정책의 수혜를 누릴 수 없게 되는 상황이다. KB 통계상으론 이미 1분위 아파트 상당수도 시세 5억원 이하에 적용되는 디딤돌대출을 받기 어려워졌고, 2분위 아파트의 경우 상당수가 6억원 이하에서 가능한 보금자리대출도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서울을 비롯한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의 주택을 살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한도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조이기로 했다. 9억원 이상 주택부터 부과되는 종부세를 완화하자는 주장 역시 정부·여당 내에서 이견이 많아 전망이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값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하면서 실수요가 중·저가 아파트에 몰린 것이 1·2분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게 된 원인이라고 본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1·2분위 아파트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물건이 아니다. 실수요 중심의 시장"이라면서 "결국 전·월세 시장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했다.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지니 임차인들이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내 집 마련에 나섰고, 가장 먼저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2030세대도 1·2분위 아파트 가격 상승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교수는 "2030세대는 보통 고가의 아파트 시장에 진입하기 힘들다"면서 "1·2분위 아파트가 2030세대의 내 집 마련 관문 역할을 했는데, 2030세대가 시장에 대거 참여하며 1·2분위 아파트도 오른 것"이라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1·2분위 아파트의 반란'은 2030세대의 부상(浮上)과 엮여있다"며 "1·2분위 아파트가 접근 가능한 금액대인 데다 세금·대출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30에 의한 가격 상승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부에 의한 대출 규제 강화가 1분위 아파트 가격 급등이라는 '풍선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전망된다. 박원갑 위원은 "2분위 아파트들의 가격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규제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게 되면 1분위 아파트에 대한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더 낮은 매입가를 찾는 하향이동인 셈"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값이 오를수록 무주택 저소득계층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진다"면서 "이들이 주거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저가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집중되면 1분위 아파트들의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준석 교수도 "입주 물량 공급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1·2분위 아파트들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 시각에서는 한시바삐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이 착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