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하 KB부동산)이 각각 조사해 발표하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격차가 사상 최대치로 벌어졌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KB부동산이 지난 3월 기준으로 산출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9993만원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의 경우 9억711만원이다. 2억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KB부동산의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원을 넘어섰다. 한국부동산원의 경우 아직 발표하지 않았으나 전월 수치를 감안하면 두 기관의 4월 지표 역시 2억원 가량의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두 곳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작년만 해도 두 기관의 해당 지표 간 차이는 이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작년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한국부동산원이 8억7379만원, KB부동산이 9억1458만원으로 차이가 4079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년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한국부동산원 조사 상으로는 8억9310만원, KB부동산 통계로는 10억4299만원으로 1억4989만원의 차이를 보였고,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그럼 두 기관이 평가한 실제 개별 단지의 시세는 어떨까. 예를 들어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2단지(저층) 전용면적 46.04㎡의 경우 한국부동산원 시세는 하한평균가는 4억7000만원, 상한평균가는 5억2000만원으로, 시세가 4억9500만원이다. KB시세는 하한평균가 5억4500만~상한평균가 5억8000만원으로, 시세는 5억6500만원이다. KB 시세가 7000만원 더 높다. 이 단지 동일면적 저층의 가장 최근 실거래가는 작년 11월 5억700만원(3층)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 전경.

전세가격 통계도 마찬가지로 간극을 드러내고 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값은 6억1004만원이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9182만원이다. 이는 KB부동산 통계상으로는 10개월 전 수치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의 바로미터인 부동산 통계가 오히려 국민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국부동산원의 실수로 3월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의 주간 상승률과 시계열 통계가 하루사이에 엇갈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격 변동률(%)은 증가했는데, 매매가격(원)은 내린 모순이 생긴 것인데, 한국부동산원이 표본 주택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빚은 것이었다.

이미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도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조사 신뢰도 문제는 단골로 지적되는 문제였다. 한국부동산원은 매년 통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조사 표본을 늘리거나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숱한 논란 속에서도 통계의 괴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두 기관은 조사 대상 표본 구성이 다른 데 따른 차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한국부동산원은 시장의 신뢰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통계 조사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민간 통계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모집단과 표본주택이 다르기 때문”이라면서 “주택통계 지수검증위를 구성해 통계 조사 개선 작업을 하고 있고, 현재 1만7000여가구 수준인 아파트 월간 조사 표본을 3만5000가구로 두배 이상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KB부동산의 아파트 표본은 3만4000여가구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한국부동산원의 각종 통계가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데이터값에 중복 및 미반영 등의 오류도 잇따랐다”면서 “표본이 늘어날수록 양질의 통계가 나온다는 점에서 부동산원 통계와 현실과의 괴리는 다소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계속 민간기관보다는 상승률을 낮게 잡거나 시장에 대해 보수적인 해석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교통부 산하의 조사기관으로서 빅데이터에 대한 발굴과 분석, 해법 제시 등의 기능을 민간 업체들보다 더 강화해야만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주택 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