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대대적인 금융규제와 규제지역 확대를 중심으로 한 10·15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취임 후 넉 달 만에 세 번째 대책을 내놨다.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이를 잡기 위해 내놓은 것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집값은 규제로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광범위하고 과도한 규제는 되레 시장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해 경기 12곳과 함께 묶어버렸다. 서울시 내 토허구역 지정은 서울시장의 권한인 만큼, 현행법의 맹점을 활용해 국토부 장관이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지정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현행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르면 '허가구역이 둘 이상의 시·도 관할 구역에 걸쳐 있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국토부 장관이 마포, 성동, 강동 등 특정 지역을 핀셋지정할 수 없으니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함께 지정한 것이다. 지난 9·7공급대책에서 토허구역 지정권한을 국토부 장관으로 확대하기로 한 뒤, 여당에서 관련법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초조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설마 설마 했던 일이 진짜 일어났다'는 반응이다. 서울 전역에서 이제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없게 되며, 내 집을 전세로 돌려 한동안 거주하며 집을 팔 수도 없게 됐다. 기본권인 '거주이전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됐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대출 규제는 당황스럽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 6·27대책에서 6억원으로 상한선을 둔 주택담보대출을 더욱 조였다. 시가 15억~25억원 이하의 주택은 대출가능금액을 4억원, 25억원 이상은 2억원으로 줄였다. 집을 사려고 했던 국민들은 대출규제가 나온 지 넉 달도 채 안 돼 대출가능액이 최대 3분의 1로 줄어드는 일을 경험하고 있다.

서울에서 25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이미 주택담보대출의 상한이 6억원인 상황이라 20억원에 달하는 현금동원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직격탄을 맞은 건 15억원 이하 아파트를 매수하려던 '서민'들이다. 이번 대책에서 서울 지역은 토허구역이 됐을 뿐 아니라 규제지역(투지과열지역·조정대상지역)이 됐다. 금융위는 이 지역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제한했기 때문에 15억원 이하 아파트 중에서도 가격이 낮을 수록 대출가능액이 적어진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할 때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4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6억원을 현금으로 동원해야 한다. 싼 아파트를 사려는 '서민' 일수록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더 적게 받게 되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강도 높은 규제들이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25억원 이상의 서울 아파트는 이제 완전한 '현금부자'의 영역으로 들어서 일반 수요자들은 접근할 수 없는 '다른 시장'이 됐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거래절벽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결국에는 서울 아파트는 우상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강남3구, 용산·마포·성동구 등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현금부자들의 신고가 거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규제로 쪼이면 집주인들이 견디다 못해 집을 급매로 내놓을 것으로 보지만, 소수의 급매물로는 전반적인 가격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

서울의 그외 지역과 주요 지역의 구축은 일제히 15억원대로 근접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집값을 올려받으려는 집주인과 대출을 더 받으려는 수요자의 심리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15억원선으로 올라붙기 어려운 지역은 가격이 떨어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

과도한 규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규제를 풀고 난 그 이후' 혼란이다. 서울시가 올해 2~3월 강남 일대에 동단위로 지정됐던 토허구역을 섣불리 해제했다가 한 달도 안 되어 황급히 이를 확대 재지정한 촌극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잠실동과 대치동 등 오랫동안 토허구역으로 묶여 있던 곳에 실수요, 지방 갭투자 수요까지 겹치면서 아파트값이 수억원씩 폭등했다.

정부는 일단 오르는 집값은 잡고 '적절한 시점'에 규제를 풀 심산일 것이다. 그러나 '적절한 시점'이란 환상에 불과하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최악의 공급 위기에 직면해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4만2952가구에서 내년에는 이보다 33% 줄어든 2만8716가구로 예상된다. 2027년의 경우 올해보다 70% 급감한 8803가구, 2028년에도 5400여가구로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파트 시장으로 유입될 유동성은 넘치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조로 한국은행도 연내 추가 인하를 앞두고 있다. 시장의 유동성 증가율은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8월 시중통화량인 M2(평잔·원계열)는 전년 동월 대비 8.1% 증가한 4396조2932억원으로 집계됐다. M2 증가율이 8%대를 기록한 것은 2022년 7월(8.3%)이 마지막이다. M2에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MMF(머니마켓펀드),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이 포함된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현금화 할 수 있는 돈의 규모를 뜻한다.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서는 규제를 풀 적절한 시점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적 충격이 있지 않고선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투기수요를 끊임없이 통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규제를 강화해도 집값이 잡히지 않고, 부작용만 커진다면, 결국 정치적 이유로라도 규제를 풀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선거는 때마다 치러지고, 이 정부도 레임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 '규제의 업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궁금하다. 서민들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들이 계속해서 이 같은 무능한 정책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으로 실패한 정부라는 꼬리표를 아직도 떼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