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은 이달 분양 예정인 '이수역힐스테이트센트럴'의 입주시기를 공식 홈페이지에서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 기존 조합원들은 2028년 3월을 입주시기로 기재된 계약서를 썼다. 현대건설은 일반분양 공고시에 나갈 입주시기를 검토 중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파업이 발생할 경우 모든 사업장의 주요 공정 중단과 공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달 경기 수원시에서 '망포역푸르지오르마크'의 분양을 앞두고 있는 대우건설은 입주시기를 2030년 2월로 잡았다. 지난달 착공을 시작한 만큼 총 4년 6개월의 공사기간을 확보한 셈이다. 여타 정비사업장의 공사기간이 약 3년 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긴 기간이다. 대우건설 주택사업부 관계자는 "공법의 난이도, 기후변화로 인한 변수 등을 고려해 공기를 잡았다"면서 "노란봉투법에 대해선 차후 세부규칙이 지정되고 건설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2024년 6월 타워크레인 노조가 파업하면서 서울 시내 공사 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이 멈춰서 있다./뉴스1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입주시기를 정하는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지금까지도 공사비 급등과 자재 조달, 금융여건 변화 등을 고려해야 했는데, 이제 '하청업체들의 잦은 파업'가능성도 새로운 변수가 됐기 때문이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의 결정'도 쟁의 대상에 넣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내년부터 시행되면서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입주시기를 늦추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아직 분양을 하지 않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조합과 협의를 통해 선제적으로 입주시기를 뒤로 미루려는 것이다. 조합원과의 계약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일반분양 당첨자와의 계약서는 늦춰진 입주시기를 반영하겠다는 의도다.

건설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공사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파업권을 보장하고, 노조활동 위축을 방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하청업체 근로자들도 원청 기업과 교섭할 수 있도록 했다. 전(全) 산업계에서는 과도한 파업으로 인해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특히 레미콘, 전기, 설비, 인테리어 등 수많은 하청업체를 두고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들은 파업으로 인해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공사비가 오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현장 안전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까지 겹치니 공기 지연 등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자칫 사업성 저하와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어 걱정이 많다"고 했다.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는 조합들 또한 고민이 크다. 최대한 빨리 일반분양을 진행해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결국 입주시기가 늦어진다면 조합원 분담금 등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서울 내 재건축 조합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도 각종 부동산 규제, 금융여건 등으로 사업이 늦춰져 왔는데 이제는 정부의 노동정책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이냐"면서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측면에서 입주 시기를 조율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민간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현 정부가 공공을 중심으로 주택공급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민간의 공급은 반대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절벽'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민간 공급이 늦어질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서울의 공동주택 입주 물량은 1만8982가구에 불과하다. 내년은 한 해 동안 2만8885가구, 내후년에는 1만417가구가 입주를 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연구원은 "정비사업은 인력 문제가 모두 원할하게 이뤄진다고 해도 변수가 너무 많은 사업"이라면서 "정책 리스크로 공급이 지연되고, 신축이 줄면서 결국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상승 사이클이 반복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