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주거시설을 뜻하는 ‘하이퍼엔드’ 분양 시장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3.3㎡당 1억원이 넘게 분양한 ‘포제스 한강’ 아파트는 초기 계약률이 약 70%를 기록한 반면, ‘더 팰리스 73′, ‘더 피크 도산′ 등은 저조한 수요 탓에 분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엠디엠플러스가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공급하는 포제스 한강의 초기 계약률이 최근 약 70%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제스 한강은 최고 15층, 3개동 128가구 규모 아파트다. 지난 1월 25일, 1순위 청약 결과 평균 6.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포제스 한강 분양 관계자는 “전용면적 84㎡는 거의 완판됐다고 보면 된다”며 “전용 115㎡ 저층 일부 가구를 중심으로 물량이 남아있는데 반응이 좋아서 조만간 나머지 물량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포, 신사 등 서울 강남 지역에서 분양을 준비했던 하이퍼엔드 주거시설들은 분양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사전 계약 과정에서 수요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시행업계에 따르면 하이퍼엔드 주택의 경우 3.3㎡당 1억원대 이상으로 분양하는 고가 상품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금융권으로부터 분양 전에 사전 계약 서류를 요청 받는다. 금융권의 PF 대출을 받아야만 분양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행사들은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사전 계약 수요자들을 모집하는 데 적극 나선다. 금융권에서는 시행사가 하이퍼엔드 주택처럼 고가 상품 분양을 요청하는 경우 약 50~70%의 사전 계약률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시행사 더랜드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옛 쉐라톤 서울 팰리스 강남호텔 부지에 공급하는 더 팰리스 73의 경우,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사전 계약서를 받았는데 계약률은 5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더 팰리스 73은 최고 35층, 아파트 58가구와 오피스텔 15실 규모로 3.3㎡당 분양가는 1억1000만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알비디케이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공급하는 더 피크 도산도 사전 계약률이 절반 정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피크 도산은 최고 20층, 26가구 규모 총 5개 타입으로 구성했다. 분양가는 타입에 따라 최소 100억원 중반대부터 최대 400억원 중후반대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자산개발과 시공간네트웍스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대웅제약 부지에 짓는 ‘라브르 27′은 지난해 말 착공과 함께 분양에 돌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일부 분양 물량이 남아있는 상태다. 라브르 27은 최고 7층, 2개동, 아파트 27가구 규모로 3.3㎡당 예상 분양가격은 약 2억원이다.
A 시행사 관계자는 “단순히 3.3㎡당 분양가 1억원이 넘는다고 해서 하이퍼엔드 주택이 무조건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포제스 한강은 부동산 시장에서 성수동 트리마제, 갤러리아 포레 등 한강변에 위치한 고급아파트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면 강남에 입지한 고가 아파트라고 해도 더 팰리스 73, 라브르 27 등은 1~2개동에 그치고 100가구 미만이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고급 빌라상품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부동산개발업계에선 하이퍼엔트 주택의 3.3㎡당 분양가보다는 전체 분양금액의 심리적 한계선이 100억원으로 자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이번 포제스 한강의 초기 계약률 70% 성과와 다른 하이퍼엔드 상품들의 저조한 사전 계약률을 비교해보면 상위 0.1% 자산가들이 고급 주거시설로 생각하는 심리적 한계 가격이 최대 100억원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아직까지는 강남에 자리하고 주거 면적이 더 넓더라도 한 채당 100억원이 넘는 주거시설 매입을 고려하는 자산가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