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강남 대장주로 통하는 ‘우선미(우성·선경·미도)’ 중 하나인 대치 미도아파트(한보미도맨션) 일대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불과 6일 전만 해도 26억9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84.96㎡가 40억 원에 거래됐다는 알림이 뜨면서다. 재건축 이슈가 있는 강남 대장주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처이지만, 요즘 주택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3억원 이상 상승 거래’는 커뮤니티를 발칵 뒤집어 놓을 만한 이슈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는 국토교통부의 관리 소홀에서 비롯된 오류였다.
국토부가 이달부터 새로 선보인 ‘차세대 부동산 정보관리시스템(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이 일대 혼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인중개사가 아파트 가격을 기입할 때 활용하는 건축물대장 면적이 국토부가 기준으로 삼는 공시 정보와 달라 전산상 오류가 난 것인데, 이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한국부동산원과 국토부 모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23일 조선비즈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최근까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대치 미도 2차 전용 84.96㎡(1층)가 지난달 17일 40억 원에 매매 거래된 것으로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 가격은 미도 1차 전용 161.36㎡의 실거래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마디로 엉뚱한 가격이 등록된 것이다.
대치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40억 원 가격이 뜨자마자 단지 주민들과 예비 투자자 문의 전화가 쏟아져서 너무 정신이 없었다”라며 “해당 거래 6일 전 같은 타입이 26억9000만원(6층), 12일 전 27억1500만원(8층)에 팔렸는데 40억 원이 뜨니까 ‘이상 거래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라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대치 미도1·2차의 건축물대장상 면적과 부동산원이 공시가격을 산출할 때 기준으로 보는 면적 간 약 1㎡의 오차가 있다. 통상 건축 연한이 40년 이상 된 아파트 단지들이 이처럼 ‘옛날 버전’의 건축물 대장을 활용한다. 공인중개사들은 이를 활용해 매매가나 전세가를 시스템에 기입하는데, 1㎡의 오차로 발생할 수 있는 전산상 오류(실제와 다른 물건의 매매가가 보이는 것)를 잡아내는 것이 부동산원 역할이다. 이후 국토부가 이를 바탕으로 검증한 후 실거래가를 최종 공시한다.
하지만 담당 부서인 국토부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이 전산 오류를 잡아내지 못하면서 실제 실거래가와 다른 가격이 나흘간 방치된 셈이다.
업계에선 주택시장 침체로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가격 변동에 보다 민감한 상황에서 관리 당국인 국토부가 관리 소홀로 실거래가를 잘못 등록했다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84㎡ 매매 거래를 고심해 온 전세 거주자 A씨는 “26억 원에 급매까지 나왔던 물건이 하루 아침에 40억 원으로 뛰었는데 놀라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라며 “평소 주택 가격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편인데 정부 관리 시스템조차 이 지경이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어플리케이션이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의 판단부터 행동에 이르는 기간이 과거에 비해 매우 짧아졌다. 빠르게 판단하고 빠르게 결정한다는 뜻이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관리 및 감독 의무가 있는 정부가 실거래가를 오등록 했다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현재 실거래가 등록 오류 검증 업무를 부동산원에 위탁해 관리하고 있다. 1차적으로 실거래가 오류 검증을 맡은 부동산원에 책임이 있고, 국토부도 이를 관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산 오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토부는 최근 새로 선보인 시스템 안정화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실거래 전산 오류 검증에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실제 조선비즈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22일 오전 11시쯤 실거래가 정보를 정정했다.
국토부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정보관리시스템을 개편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는 229개 서버를 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기존에 오류 검증 작업을 하던 직원들도 시스템 안정화 업무에 대거 투입되면서 모니터링하는 데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실거래 신고 정보를 전산화하는 과정에서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1·2차는 21개동, 2436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1차는 1983년, 2차는 1985년 입주를 시작해 모두 준공 40년을 넘겼다. 2021년 11월 ‘강남권 신속통합기획 1호’로 선정돼 현재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