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 20일 "청와대 소속의 한 행정관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부총리급)에게 사실상 경고성 메일을 보냈다"며 "40년 넘는 공직 생활 동안 이와 같은 무례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수장이 청와대 직원의 '갑질'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내부 검토를 거쳐 파악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문단 위촉식 및 제1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위원장은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실 행정관에게서 받은 이메일을 공개하며 "공직사회의 최고 권부인 대통령실에서 이러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은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지낸 허은아 비서관이다.

국민통합비서관실 행정관이 이 위원장에게 보낸 이메일은 "대통령실 요청 국정과제 관련 필수 자료의 제출 마감이 금일(17일)까지이나, 위원회 측의 소통부재로 지연되고 있습니다""이는 향후 국정 운영 및 대통령 보고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을 엄중히 고지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위원장은 보도자료에서 "공직 사회의 최고 권부인 대통령실에서 이러한 방식의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또 "메일에 담긴 내용이 사실 관계와도 다르다"고 했다. 국민통합위원회가 이미 지난 14일 대통령 보고 사항을 관련 수석실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요구한 내용 - 사실상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 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요일 밤까지 직원들을 압박하는 촌극이 벌어졌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방식의 갑질과 과도한 개입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들어 사사건건 국민통합위원회와 위원장의 행보에 관여하고 불필요한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반복되는 현실에 서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고 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 3월 발간한 저서에서 여권이 밀어붙인 '법 왜곡죄' 도입에 대해 "문명국의 수치"라고 했다. 탄핵은 불가피한 것이었다면서도,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채상병) 이후 남은 의혹을 수사하는 2차 종합특검에 대해선 "정치보복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에서도 "욕을 먹든 문전박대를 당하든 할 말은 해야겠다"면서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법과 법 왜곡죄 신설 재고를 요청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