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정박 중 폭발·화재가 발생한 한국 선박 'HMM 나무호' 사고 원인에 대해 우리 정부와 이란 언론이 상반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란의 국영 방송은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보도했지만 우리 정부는 "피격은 확실하지 않고 원인 규명에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원인이 단순 사고가 아닌 의도적 공격으로 밝혀질 경우 청와대가 대응책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뉴스1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HMM 나무호) 화재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구체적으로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바는 없다"고 했다. 또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 보고 원인을 파악한 이후에 대응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쉽게 추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앞서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6일(현지시각) "해상 규정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새롭게 정한 해상 규정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이란이 무력(kinetic action)을 통해 자국의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신호"라고 했다.

이란 TV 보도가 나오기 전에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브리핑에서 "정보를 추가 검토해보니까 피격이 확실치 않은 것 같았다"며 "침수라든가 배가 기울임 이런건 없었다"고 했다.

주한 이란 대사관도 이란 TV 방송 내용과는 정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사관은 6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폭발·화재 사건과 관련해, 이란 이슬람공화국군(軍)이 연루됐다는 어떠한 주장도 단호히 부인하며 전면 반박한다"고 했다.

현재 HMM 나무호 화재·폭발 원인이 단순 사고인지, 이란 공격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HMM 나무호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만약 이란 TV의 "한국 선박을 표적 공격했다"는 보도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면 심각한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또 부유성 기뢰 등 비의도적 타격이 원인이라고 해도 우리 정부가 이란 정부에 '유감 표명' 등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대응책을 마련하는 과정에 우리 정부는 미국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지금으로서는 피격을 전제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피격이 아니라면 아주 단순한 화재 사건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많은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