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3일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에서 타결될 가능성에 대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미 양국이 모두 납득할 '합리적 결과'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양측이 핵심 쟁점에서 접점을 찾아가고 있지만, 단기간에 협상이 타결되긴 어려울 거란 뜻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합리성'을 믿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국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미 관세협상의 핵심 쟁점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의 현금 직접 지분 투자(에쿼티·equity) 비율 및 분납 여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임기(2029년 1월) 내 이 돈을 선불로 지급하라는 입장이다. 당초 5% 직접투자를 염두에 뒀던 우리 정부는 외환시장 충격을 고려해 '5%+알파(α)'로 조율하되, 장기 분납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양측 간 여전히 이견이 큰 데 대해 "저는 미국의 합리성을 믿는다"라고 했다. 전날 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막바지 협상을 위해 미 워싱턴D.C.로 출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참석차 방한하는 것을 계기로 관세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이 대통령은 타결 시점이 APEC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 양국 모두 '노 딜'을 피하기 위해 참고자료 형태의 '팩트시트'는 도출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아시아를 순방하는 트럼프로서는 관세 관련 성과를 입증할 국내 정치용 카드도 필요하다. 따라서 MOU(양해각서)보다는 낮은 수준의 합의를 정리한 뒤, 후속 협상을 거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인터뷰 내내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하며 지난 8월 한미정상회담 당시처럼 신중하게 발언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갑작스럽게라도 만날 수 있다면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제가 '피스메이커(peacemaker)'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상대방을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이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