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박8일간의 중남미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아시아태평양경제 협력체(APEC)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바쁜 외교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한미일, 한일, 한중 정상회담 등 양자회의를 통한 성과도 챙겼다.
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오후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공군기지를 통해 출국했다. 이 자리에는 파비우 실바 대령(공군기지 단장)과 최영한 주브라질 대사가 나와 윤 대통령을 배웅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한미일 정상회담, 이시바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특히 중남미 순방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시 주석과의 만남은 서로 방한과 방중을 제안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이 윤 대통령을 먼저 초청했고 양 정상 모두 '초청에 감사한다'고 했다"며 "내년 우리가 경제 APEC을 주최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시 주석께 자연스럽게 방한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 이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사되면 11년 만의 방한이다.
양국 관계가 개선되고 있음을 알리는 여러 시그널도 나왔다. 양국 정상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년 1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서비스 투자 협상이라는 남겨진 과제를 조속히 논의하기로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중국이 희망하고 있는 오는 2026년 APEC 의장국 수임에 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양국 정상간 표정이나 행동이 우호적이었다. 왠만하면 윈윈 협력의 방향을 같이 찾자는 뜻은 같았다"며 대통령실 관계자가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이번 만남에는 중국 측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리창 총리 방한)을 계기로 한중간 고위급 대화 채널이 본격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은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면제를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러북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임을 인지하고 3국간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또 공조와 관련해 실무를 담당할 '협력 사무국' 설치를 발표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정상이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해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이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 밖에 윤 대통령은 한-페루 정상회담은 물론 베트남, 브루나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과도 양자회담을 가지면서 양국간 정상들간 전반적인 협력 강화, 러북 군사협력 단합 대응에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이 APEC과 G20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거둔 또 다른 성과는 러북 군사협력에 대해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를 높였다는 점이다.
지난 18일 G20 1세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러시아 외무장관 전면에서 "국제사회가 불법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중단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0번째로 발언했는데 전쟁 얘기는 쏙 빼놓고 발언한 러시아 외무장관의 바로 다음 순번이었다. 이후 일본, 캐나다, 호주 등 각국 정상들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 국제기구 수장들도 잇따라 성토했다.
윤 대통령은 APEC과 G20 회의를 통해 개도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하고 선진국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자처했고, 기후위기와 식량안보에 대응하기 위한 '녹색 사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 식량위기 대응에 연내로 1000만 달러를 지원키로 하는 등 각 협의체 및 펀드에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국으로서 책임외교를 구현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 내내 내년 경주 APEC를 홍보하는데도 열을 올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리마 국립대극장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내년 APEC 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천년고도' 경주에서 개최된다"고 밝혔다. 이어 "APEC 경제인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동참을 바란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지붕 없는 박물관' 경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