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편의 한 축으로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상속세 논란이 뜨겁다. 지난 여름 화두를 던진 사람은 성태윤(54) 대통령실 정책실장이었다. 그는 최고세율 ‘30% 수준’이라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선제적으로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현행(50%) 최고세율에서 10%포인트(p)를 끌어내리는 내용이 올해 세법 개정안에 담겼다. 자녀 공제 한도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반영됐다.

하지만 성 실장은 이것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근본적으로 상속세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속세 체계의 틀 자체를 바꾸는 전면적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조선비즈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된 설명을 하고 있다./전기병 기자

성 실장은 “‘4+1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저출생극복)’ 외에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금 제도의 개편”이라며 “낡고 불합리한 세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 실장은 두 가지 틀에서 상속세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내년에는 일반 국민들의 부담을 낮출 ‘유산취득세’로의 개편에 몰두할 예정이다. 당초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자본이득세 체제로의 전환’이다. 피상속인이 사망하는 시점에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하는 시점에 과세하는 방식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기업 부담을 크게 줄이는 것으로, 재계 등에 파급력이 클 이슈다.

이 밖에도 금융투자세(금투세) 폐지와, 가계 부채 증가 문제, 내수 진작 등 풀어가야 할 경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오는 11월 임기 반환점을 맞는 윤석열 정부의 후반기 정책방향을 지난 12일 서울 중구 조선비즈 본사에서 들어봤다.

─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추석 이후 국정 운영에서 우선해 추진할 정책을 세 가지만 꼽는다면.

“기존 4+1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저출생극복)은 계속 추진해 나간다. 이 중에서 연금개혁이 우선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 같다. 기존에 나왔던 모수 조정에서 벗어나서 이제 구조를 변화시키는 개혁을 해야 한다.

또 세금 제도의 개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낡고 불합리한 세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의 세제는 경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다. 상속세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이 주요 개편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원전생태계 복원을 비롯해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략산업 태스크포스를 통해 여러 작업을 하고 있다.”

─상속세 개편은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 상속세는 세계 2위 수준이다. 현행법상 최고세율이 5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6.1%다. 우리나라 세율이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의 상속세 구조는 1950년대에 만들어졌다. 공제 한도는 1997년에, 과세 표준은 2000년에 각각 만들어져 사실상 25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는 체제다. 상속세 납세 인원은 2003년엔 1702명 정도였는데 2013년에는 1만9944명으로 10배 이상이 됐다. ‘중산층 세금’으로 변질된 문제점을 해소해야 한다.

올해 세법개정안에 최고세율을 40%로 낮추고 자녀공제를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OECD 24개국 중 20개국이 ‘유산취득세’ 형태로 상속세를 부과한다. 우리도 내년에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을 추진하려고 한다.

현재는 물려주는 사람의 전체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지만, 유산 취득세로 바뀌면 상속인(물려받는 사람)이 각자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낸다.”

─유산취득세를 바로 도입해도 될텐데 상속세 개편을 거쳐갈 필요가 있나.

“전체적인 세금 제도의 골격을 바꾸는 문제이니 신중할 필요가 있다. 1년 정도 준비 기간을 두고 개편할 필요가 있다. 유산취득세 도입이 다가 아니다. 다른 한 축으로는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자본이득세는 어떤 것인가.

“기업을 물려받았어도 기업을 팔지 않은 경우에는 세금을 내지 않다가 파는 시점에 세금을 내는 것이다. 현행 상속세에서는 대주주 할증을 포함해 최고 6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업을 팔아야 한다. 그러나 기업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세금을 내지 않다가 지분을 파는 시점에 세금을 내도록 하자는 것이 자본이득세다. OECD 국가 중 7개국이 이를 도입했다.

경영 유지 기간에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니, 어떻게 하면 기업을 잘 운영해 나갈지 고민하게 되기 때문에 훨씬 더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비상장기업의 경우 기존 제도에서는 가치를 얼마로 매길지 평가의 문제가 있었는데 자본이득세는 그런 문제도 없다.”

─금투세의 경우 야당에서는 ‘보완후 시행’ 기류가 강하다. 여전히 ‘폐지’가 방침인가.

“우리나라 기업이 성과나 거시적 흐름에 비해 자본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있다면, 바로 금투세 도입이 예고된 것이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큰손 투자자 이탈과 증시 침체 등의 부정적 영향이 상당히 심화될 것이다. 금투세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당에서는 금투세를 폐지하면 주가가 오르냐고 반문한다.

“금투세 도입 자체가 주가 상승을 막고 하락 압력을 만들고 있다. 특히 지금의 자본시장은 이 법을 만들자고 했을 때보다 성과가 좋지 않은데, 이런 상황에서 그대로 도입하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미 타격의 상당 부분이 현실화됐다. 국내 개인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순매수하는 경향이 강해지지 않았나.

대규모로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탈하면 결국 일반투자자에게 피해가 가게 된다. 금투세 도입을 고려했던 2018년 개인 투자자 수가 550만명이었는데 현재 1400만명이다. 대만도 몇 번 도입을 하려다 말았다.”

─상법 개정과 연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단 지금 상법 개정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주주를 보호하는 영역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개별 사안을 위해 상법을 개정하면 현재 주식시장에 발생하고 있는 부담을 줄이기는 커녕 오히려 그 자체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주식시장 및 자본시장의 가장 큰 부담은 금투세다. 이를 조속히 폐지해서 이 부담이 현실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종부세는 어떻게 개편하나.

“이번 세법 개정안에 담지는 않았지만 종부세도 전체적인 세제 개편과 함께 검토를 해야 한다고 본다. 1주택자들이 과도한 세금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초고가가 아닌 1주택을 가진 분들, 비싸지 않은 여러 채를 임대해 그 소득으로 살아가는 분들에게 종부세 부담을 안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종부세는 궁극적으로 폐지해서 재산세에 흡수되는 형태로 가야 한다. 이를 통해 지방 재정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신속히 폐지해야 하는 금투세와 달리, 종부세는 시간을 갖고 설계하려고 한다.”

─연금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나.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 노후를 두텁게 지원하는 것 등 3가지 축으로 하려고 한다.

현행 제도가 청년과 미래 세대에게 매우 불공정하게 설계돼있다. 아예 세대간 연금을 분리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으나 그건 너무 극단적이다. 결국 청년의 부담을 상당히 낮춰줄 방안이 필요하다. 이 부분을 보험료 인상 속도를 달리 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 교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연금 구조는 ‘청년이 부담해 노년 세대를 먹여 살리는 것’이었다. 과거 이러한 제도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인구가 계속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출생률이 떨어져 이제는 기존 구조를 유지할 수가 없게 됐다. 결국 청년들도 본인들이 내고 본인들이 받아가는 구조로 개념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자동조정장치’가 결국 연금액을 줄일거라는 우려가 있다.

“오해다. 줄어드는 게 아니고 거시경제 상황이나 인구 상황을 감안해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싶으면 전년보다 덜 올리는 콘셉트다. 미리 인상폭을 약간 조정함으로써 나중에 급격하게 연금이 줄어드는 것을 막는 장치다. 기본적으로 연금 자체는 느는데 속도를 조절해서 고갈을 막는 것이다.

자동조정장치가 매년 작동하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럴 일은 거의 없다. 한 번 조정하면 이듬해에는 조정할 확률이 매우 낮다. 일종의 ‘동태적 최적화’인데 이런 것이 바로 구조개혁이다. 이 구조가 들어오면 연금이 지속가능해지기 때문에 정부가 법적으로 지급보장을 해줘도 문제가 없게 되는거다. 미래 세대 입장에서도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 노후를 두텁게 지원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과거 기초연금을 받으면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급여가 깎였는데 이것을 같이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 1970년생(54) ▲ 연세대 경제학과 ▲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 ▲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경제팀 부연구위원 ▲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 조교수 ▲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 ▲2023년 12월 28일 대통령실 정책실장 임명

[대담 : 이재원 경제정책부장, 정리 : 이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