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연장전’으로 불린 6·1 지방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마감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불과 0.73%포인트(p) 차로 신승을 거둔 지난 3·9 대선에 비해 이번 지방선거에선 우위 폭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원내에선 아직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 의석수가 절대적으로 열세이지만, 윤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한 민심을 거대 야당에 대항할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뉴스1

◇尹, 용산서 17개 광역단체장부터 회동한다

윤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후 조속한 시일 내 17개 광역자치단체장들과 서울 용산 청사에서 회동을 가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이번에 선출된 시·도지사들이 취임하기 전에 만나 지방정부 의견을 듣고 함께 할 일들을 찾아볼 계획”이라며 “여야 관계없이 모두 초청하는 것으로, 지방정부 수장들과 함께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원내와 달리 지역 현안은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라고 해도 중앙정부와 협조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과 광역단체장들의 접점의 폭이 넓을 수 있어 정책 추진과 예산편성 과정에서 협치 가능성이 보다 높게 점쳐진다. 지난 3월 치러진 대선에선 역대급 박빙승부 끝에 윤 대통령은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승리했으나, 당시 17개 시·도 중 10곳에서 윤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를 꺾었다. 나머지 인천·세종·경기·광주·전북·전남·제주 등 7곳에선 이재명 후보가 윤 대통령을 누르고 득표율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대선 이후 3개월도 채 안 돼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에선 여당에 대한 지지 강도가 비교적 공고해졌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은 확인된 여론을 바탕으로 선출된 광역단체장들과의 협치로 대야 압박 강도를 높일 수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1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압승거둔 與...임기 초반 국정 돌파에 ‘힘’

아울러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17개 광역단체장 중 11곳 이상에서 집권여당 소속 후보들이 우위를 점해 중앙정부를 운영할 윤 대통령 입장에선 여론의 힘을 얻게 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향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거대 야당에 휘둘리기보다 주도하는 방식으로 국정운영을 도모할 것이란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6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여야 대치 속에 추경안의 본회의 처리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 “국회가 이렇게까지 협조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숨이 넘어가는데, 국회가 열리지 않아 정말 안타깝다”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소상공인 약 370만 명 이상에 대한 600만~1000만원씩 손실보전금 지급을 담은 추경안 처리가 미뤄지자, 여소야대 정국에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했지만 오히려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며 정면 돌파를 택했던 것이다.

이 같은 정면 돌파는 이번 지방선거 승리로 임기 초반 자주 연출될 것이란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전날 윤 대통령은 선거 개입 논란에도 불구하고 부산을 찾아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한 데 이어 “해양 수도인 부산을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핵심 거점으로 삼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만약에 선거를 염두에 뒀다면 더 어려운 지역에 가는 게 맞지 않을까”라면서 “현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 중 하나인 엑스포 유치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의미에서 가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엑스포 유치지원위 전략회의 및 민간위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조직개편부터 공약 실현까지 쉽지 않은 과제도 다수

그러나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청와대 시대를 넘어 용산 시대에 따른 관저를 마련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아울러 아직 인선이 끝나지 않았다. 물의를 일으키고 사퇴한 일부 대통령실 비서관 후임도 뽑아야 한다. 특히 금융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 인선도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아울러 ‘250만호+α’ 주택 공급, 전면적인 기업규제 철폐, 확장억제 확대를 통한 대북 강경 대응, 법무부 내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등 현 정부가 초반부터 드라이브를 건 정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조직법 개정, 병사 월급 200만원, GTX(광역급행철도) E·F 노선 신설 등 그간 미뤄뒀던 정책에도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모두 대선공약 후퇴 논란이 빚어졌던 정책들이다. 민심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이 이들 정책을 공약 원안에 가깝게 손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된 민심을 계기로 야권을 몰아세우기보다는 그간 내세웠던 ‘협치’ 제스처를 재차 부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가운 민심의 성적표를 받아든 민주당이 당분간 강경한 모습보다는 일정 부분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협조하지 않겠느냐는 점에서다. 윤 대통령이 지방선거 뒤로 미뤄뒀던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동, 이른바 ‘영수회담’을 타진할 가능성도 있다.

지방선거의 승리로 국정동력은 확보했지만, 이를 2년 뒤 총선까지 유지하기 위해선 일자리·민생 등 경제정책 부문에서의 구체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실 안팎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특히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국정 수행 평가 여론조사는 역대 정권 초기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어느 때보다 공고한 ‘진영 갈등’도 자리하고 있다. 이를 타개할 방법은 결국 ‘유능한 정부’의 모습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