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수도권이 모든 걸 주도하고 있잖아요. 그러나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수도권 1극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세계 2위 환적항이라는 입지를 활용해 부산에 여객·화물 거점 공항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6·1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난 24일 부산 부산진구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지역 혁신형 균형 발전을 위해 가덕신공항을 조기 개항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4·7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1년 여 재임한 후 재선에 도전하는 박 후보는 기존의 해상물류 인프라에 항공물류를 더해 종합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디지털 금융을 특화해 부산을 싱가포르와 홍콩과 같은 글로벌 허브 도시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24일 부산진구 캠프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그러려면 우선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박 후보의 생각이다. 그래서 선거 슬로건도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으로 정했다. 박 후보는 “1년을 4년 같이 일했다”라며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박 후보에게 유리하다. 경쟁자인 변성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두 배쯤 된다. 리서치뷰가 부산CBS와 국제신문 의뢰로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부산에 사는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후보별로 박형준 59.3%, 변성완(민주당) 30.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5%포인트(p)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형준 후보와 일문일답

슬로건이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이다. 어떤 뜻을 담고 있나.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만드는데 제일 중요한 기반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시민들이 ‘여기 와서 살아보니 좋다’라고 느끼게 만들겠다는 시정 목표를 함축적으로 담았다. ‘노인과 바다만 남았다’는 자조적인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앞으로 부산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 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바꿔보겠다.”

부산시장 취임 후 잘 한 일과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일을 꼽는다면.

“공무원들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공직사회가 적극 행정을 할 수 있게 한 점, 여소야대의 상황에도 여야 협치를 통해 부산의 12가지 장기표류 과제의 해법을 제시한 점을 잘 한 일로 꼽을 수 있겠다. 지난달 19일 출범한 부·울‧경 메가시티(부울경 특별연합)도 울산과 경남의 지자체장들과 협치의 원칙하에 끌어낸 결과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시민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던 점과 행정의 속도를 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4일 부산진구 캠프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재선에 성공하면 이것만은 꼭 하겠다는 것을 말해달라.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과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부산은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물류와 금융 기능을 갖춘 글로벌 허브 도시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2029년 가덕신공항 개항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이유는 항공 화물의 98%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1극 구조는 지속적인 국가 발전에 한계가 있다.

부산은 세계 2위 환적항으로 항만 시설이 뛰어나다. 여기에 항공 화물 물류를 더하면 수도권과 별개의 경제권역을 형성할 수 있다. 과도한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가덕신공항의 조기 개항은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일각에선 비판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는 수도권 중심의 시각이라고 본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내용이기도 한데.

“엑스포 유치는 윤석열 대통령께서 대선 과정에서부터 부산 시민에게 약속한 대표 공약이자 새 정부의 국정과제다. 엑스포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세계의 문명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두고 각 나라의 기술과 문화, 가치를 뽐내는 축제와 성찰의 장으로 부산이 글로벌 허브 도시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서 상하이, 두바이도 엑스포를 통해 국제도시로 성장했다. 부산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잠재력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부산의 운명을 바꿀 게임 체인저 중 하나가 될 수 있기에 대통령께서도 중요성을 강조한 것 같다.

올해 12월에서 내년 4월 사이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단의 실사가 예정돼 있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가 부산엑스포 유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듯 지방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인 채비를 갖출 예정이다. 회원국에 대한 득표가 매우 중요한 만큼 정부의 외교력을 모아 도와주시길 당부드린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걸로 알고 있다. 최근까지 나눈 말씀이 있다면.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옮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은 혁신 거점을 만들어 그 파급 효과가 주변 지역으로 나타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고, 이는 저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수도권이 서울을 기점으로 주변 지역들과 함께 성장하듯,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구축으로 남부권 발전을 꾀하는 전략을 구현하는 데 부산이 앞장서겠다.”

산업은행 이전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뜨겁다.

“지역이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선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같은 공공기관 이전이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단지 큰 금융 공공기관 하나를 지역으로 이전하는데 머물러선 안 된다. 부산의 성장 잠재력과 내부 혁신 역량을 높이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부산투자금융공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선박금융·정책금융 중심으로 디지털 금융의 메카로 키운다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서울이 수행하는 전통적인 금융 기능을 똑같이 하는 게 아니라, 디지털 금융을 특화할 방침이다. 부산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돼 있다. 싱가포르나 스위스처럼 공공이 보증하는 디지털 자산거래소를 올해 말 개장해 암호화폐와 대체불가토큰(NFT) 등 신(新) 금융을 거래하는 시스템을 구축, 글로벌 금융도시로 도약할 계획이다. 전세계 금융도시지수 결과에서 부산은 2년 전 50위권에서 현재 30위로 순위가 대폭 상승했다. 디지털 금융도시 전략으로 20위권 내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4일 부산진구 캠프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부산을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전략을 소개해 달라.

“기업과 인재들이 부산으로 모이게 하려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게 교육인데, 부산에 오면 영어 하나는 확실히 해결해 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공동체간의 만남과 소통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15분 도시’를 내세웠다. 도보로 15분 거리 안에 복합문화공간과 공원, 숲 산책로 등을 갖추는 것으로, 62개 권역에서 시설 및 콘텐츠를 확충하고 있다.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의 경우 시 전역에 500개 이상을 공급해 동네의 앵커시설로 만들 계획이다. 15분 도시는 단순히 이동의 편리함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작은 생활 공동체 내에서 교육, 보육, 문화, 체육, 자연환경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활성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관광·문화 도시로서의 청사진은.

“동부권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경우 롯데월드 테마파크가 들어서는 등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최근 들어 일대의 교통량이 증가하고 있어 도시철도 오시리아 선을 조기 구축하는 등 교통 인프라를 확충할 방침이다. 또 UN 해비타트와 함께 북항 자성대 앞바다에 5층 아파트 규모의 플로팅 아일랜드도 건설할 예정이다. 한국의 해상 플랜트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서울에 집중된 하이엔드(고급) 문화생활을 부산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북항 재개발지역에 오페라하우스를 건설하고 프랑스 퐁피두 센터 분원을 유치하는 계획도 세웠다.

이와 함께 게임, 메타버스 등 실감 콘텐츠의 성장에 대응해 워너브라더스·내셔널 지오그래픽·디스커버리와 같은 글로벌 지식재산(IP) 기업들을 불러 모으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게임업계의 하버드’라 불리는 미국 디지펜 공과대의 아시아 캠퍼스를 설치해 글로벌 게임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부산을 역동적인 혁신도시로 만들기 위해선 지산학 협력을 통한 자체 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 대학의 브랜드 가치가 낮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대학들을 특성화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부산 지역 대학에 기업들이 들어오게 해 혁신 파크를 조성, 인재 양성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치적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현재는 부산의 발전과 부산 시민의 행복 외에 다른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 허브 도시란 물류, 금융산업, 문화, 관광, 마이스 등이 연결돼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 부·울·경 외에 중앙에서도 도와줘야 한다. 부산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 성장의 한 축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새 정부와 함께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