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27일 앞둔 가운데 대선 주자급 인사들의 출마가 이어질 가능성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직전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와 19대 대선에 나선 바 있는 홍준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는 이미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직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온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국민의당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보궐선거 출마설까지 나오며 ‘미니 대선’ 급으로 판이 커지고 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 /뉴스1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경기지사와 안 위원장의 보궐선거 출마설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비워둔 인천 계양을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당 공천관리위원회 내에서 처음으로 이 전 지사의 ‘차출론’이 언급되기도 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상임고문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득표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어떤 일이든 당이 요청하면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떤 일에 보궐선거 출마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현재까지는 (그러한 요청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당에서 어떤 역할을 요청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하며 여지를 남겨뒀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원욱 의원은 더 적극적인 의견을 냈다. 이 의원은 지난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이 전국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는 (이 전 지사) 차출도 고려하고 있다”며 “당연히 그 지역(계양을)에 가능한 인물군으로는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지난 1월 2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성남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연설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조선DB

국정과제 발표와 함께 인수위 활동을 마무리한 안 위원장 역시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다. 안 위원장의 인수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이 끝났고, 대표를 맡아온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합당 절차도 마무리돼 정치적 영향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국회 등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직후 처음 치러지는 지방·보궐선거인 만큼 승리를 위해 대선주자급인 안 위원장의 출마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위원장은 당초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현재는 출마 여부는 물론 지역도 미지수가 된 상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안 위원장이 보궐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분당갑 공천 신청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3일까지 안 위원장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안 위원장 측은 보궐선거 전략공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당내 이견이 많은 상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략공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지난 5일 이 대표는 “이번 선거는 전략공천 활용 가능성도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어떤 특정 지역과 결부해서 얘기하는 것은 아니고 이번에는 시일상의 문제도 저희가 모든 지역 경선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건 제가 오히려 예고한 부분”이라고 말하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자꾸 관심가는 인물과 (전략공천을) 결부해서 생각하다보니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것 같은데 그 부분도 공관위와 이미 얘기했다”고 했다.

이런 상항 속에서 안 위원장이 분당갑 대신 험지인 계양을에 출마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도 나온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안 위원장 같은 이런 분들은 큰 지도자로서 역할해주시면 좋다”며 “우리 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중도를 넓히기 위해 험지에 출마해 이겨주시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말했다.

사실상 민주당이 우세한 계양을에 출마해달라는 요구다. 안 위원장이 계양을에 출마할 경우, 이 전 경기지사와 지난 대선에 이어 다시 한 번 경쟁하게 될 전망이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서도 안 위원장의 출마 지역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의원이 누구와 상의해서 한 말은 아니다”라며 “저나, 안 위원장이나, 윤 당선인 측 등 누구랑 상의한 것은 아닌 걸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 짓고 있다. /뉴스1

정치계에서는 이 전 경기지사와 안 위원장의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을 매우 높다고 본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 전 경기지사는 빨리 국회에 입성, 8월 전당대회해서 승리해야 2024년도 공천권을 장악해 완전한 ‘이재명 당’을 만들 수 있다”며 “그 일환으로 송영길 후보가 서울로 간 것이라 본다”고 했다.

안철수 위원장 또한 합당 이후 당내 입지를 위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기여도를 높여야 할 상황이라는 점이 향후 행보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 교수는 “안 위원장은 인수위가 끝나고 나면 아무런 직책이 없다. 자기 정치 공간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번 선거의 하이라이트는 경기 지역을 누가 이기냐인데,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와 러닝메이트식으로 경기도를 석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안 위원장이 국무총리직을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국회에 입성해 걸맞은 중요한 직책을 맡는 게 공동정부의 상징성도 있어 윤 당선인 측에서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