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17일 주요 인선을 마감한 가운데 산업·통상·에너지 정책을 다루는 경제2분과는 SK출신들이 장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회장)과의 시너지는 기대되지만, 한 개 기업에 대한 정책 쏠림 현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일부 SK출신 인수위원은 직전 문재인 대통령의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17일 경제2분과 간사에 이창양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 인수위원에는 왕윤종 동덕여대 교수, 유웅환 전 SK 혁신그룹장, '우주인'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를 각각 임명했다. /연합뉴스

◇산업·통상 인수위원 75%가 SK 관련 인사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산업·통상을 줌심으로 한 경제2분과는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가 간사로, 왕윤종 동덕여대 교수·유웅환 전 SK 혁신그룹장·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가 인수위원으로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앞선 세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SK그룹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간사인 이창양 교수는 SK하이닉스에서 사외이사를 지냈다. 왕윤종 교수와 유웅환 전 SK혁신그룹장은 모두 SK그룹 출신이다. 고산 대표의 경우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추천으로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윤종 인수위원은 전 SK중국경제연구소장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출신으로 국제금융·통상정책 전문가다. 카이스트 박사인 유웅환 인수위원은 인텔 출신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을 거친 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선대위에서 활동했다. 이후 공직에 진출하지 않고 지난 2018년 SK텔레콤에 합류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인선을 발표하면서 이들의 역할에 대해 “일자리 창출, 규제 혁파, 디지털경제와 신산업 육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혁신 등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 주실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당시 대선 후보(왼쪽)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특별강연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대한상의 회장도 SK인데...정책 쏠림 우려

이들은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텔레콤 회장과 밀접한 관계다. 국민의힘 선대위원회에서 국민공감 미래정책단 공동단장을 맡았던 왕 인수위원은 SK그룹의 브레인 격인 SK경영경제연구소 전무로 스카웃 됐다. 연구소에서 왕 단장은 최태원 회장에게 글로벌 경제에 대한 보고서를 자주 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룹 안팎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경제 과외교사’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왕 단장은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사회적기업 팀장도 맡아 최 회장이 수시로 불러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최신 동향 등을 전해 들었다고 전해졌다. 2014년 최태원 회장이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란 책을 출간할 때도 왕 단장이 곁에서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시 그룹 임원 중 최 회장을 가장 많이 면회한 임원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유웅환 고문은 미국 인텔 엔지니어 출신으로 2018년 오픈콜라보센터장으로 SK텔레콤에 합류했다. 2020~2021년에는 ESG혁신그룹 부사장을 맡았다. 앞서 문재인 후보 중앙선대위 일자리위원회 본부장 겸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4차산업분과 공동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문재인 후보 중앙선대위에서 함께 고민하고 토론한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의 과제와 비전, 그리고 일자리 창출 방향에 대한 갈무리한 책 ‘사람을 위한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을 생각하다(2017)’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재계를 대표해 인수위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맡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기업에 정책 역량이 집중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재계 관계자는 “인수위 구성을 통해 재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읽히지만, 특정 그룹에 치우친 인사들이 무더기로 임명된 것에 대해선 향후 논란이 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