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 캠프 조직인 ‘촛불민심시민특별위원회(이하 촛불특위)’가 이 후보와 관련한 포털 기사에 친여(親與) 성향의 댓글을 달도록 지시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가 위원장으로 있는 해당 조직은 민주당 선대위 직능본부 산하 조직으로 지난 1월 민주당 당사에서 출범식을 가졌으며, 출범식에는 박주민 선대위 방송토론콘텐츠 단장이 자리해 이 후보의 임명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지난 1월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촛불민심시민특별위원회' 출범식. /온라인 캡처

이날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촛불특위는 300여명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운영하면서 이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간 야권 후보 단일화 등과 관련한 포털 기사에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도록 했다. 특정 기사의 URL(인터넷 주소)을 공유하면서 해당 기사에 이 후보 지지층이 댓글을 달도록 요청하는 방식이다.

해당 대화방에는 이 위원장과 김종국 집행위원장 등 특위 인사와 양경애 민주당 경기 구리시 의원 등을 비롯한 시도당 당직자 등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대화방의 부방장인 A씨는 전날(7일) 이재명 후보가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 보도를 언급하면서 윤석열 후보를 향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진실이 드러났다’고 언급한 내용의 언론 보도를 공유하고 “우리가 여론이다. 진실을 알리고 퍼뜨리고 댓글을 달도록 하자”면서 “이명박의 다스는 누구의 것이냐. 또 속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배후는 윤석열. 반드시 투표로 심판하자”고 했다.

해당 기사는 클리앙 등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도 ‘화력지원 부탁드린다’는 제목과 함께 공유되기도 했다. 해당 언론 기사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과 커뮤니티 등지에 공유되자 “이제야 밝혀진다. 그동안 이재명 억울해서 어떡했나”, “불법 대출 브로커가 윤석열 앞에서 커피 마시고 무죄 받은 것이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해당 기사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었다며 URL을 복사해 이를 지적하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해당 단체 대화방은 지난 1월 9일 개설된 이후 지속적으로 이러한 댓글 지원 요청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대장동 의혹, 윤석열 후보 아내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윤 후보의 부동시 의혹 등에 대한 댓글 요청이 주를 이뤘고,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한 기사에도 댓글 지원 요청이 이어졌다. 촛불특위는 지난 7일 “이재명 후보님은 지금도 선거 승리를 위해 밤낮으로 강행군 중이다. 전화 한 통, 댓글 하나, 카톡 하나가 승리를 이끈다. 남은 이틀 죽을 힘으로 일하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SNS(소셜미디어) 종합지원실 관계자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층과 선대위 소속의 특별위원회가 언론 기사의 댓글을 조작하려는 단체 대화방이 20개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기사 댓글, 커뮤니티에 순간적으로 친여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여론조작을 위한 조직적인 정황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해당 대화방에는 ‘차별 및 혐오에 기반한 발언, 타인을 조롱하거나 모욕하는 언행, (대화)방의 취지에 명백하게 반하는 언동은 내부 절차를 거처 제지 및 퇴장 조치함을 넓은 이해와 혜량 있길 바란다’는 공지가 적혀있다.

익명을 요청한 촛불특위 관계자는 “댓글 요청을 한 사람이 특위에 있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방의 취지가 공지사항으로도 적혀 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어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촛불민심시민특별위원회'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의 대화 내용.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