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TV 토론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를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한 발언이 25일(현지 시각)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미국 네티즌들은 “한국인 혈통이 부끄럽다” “이 발언은 북한이 남한을 합병할 때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캡처

이 후보는 지난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2차 TV토론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전쟁은 정치인이 결정하고 전장에서 죽는 것은 젊은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똑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6개월 된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 나토(NATO)가 가입을 해주려 하지 않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이날 ‘한국의 민주당(현 집권당) 후보자가 토론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를 자극해 전쟁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미국 네티즌들은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한 네티즌은 “이에 대해 한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 정치인이 (해당 발언으로) 경력을 망쳤기를 바란다(How do your fellow countrymen feel about this? Hopefully this politician just killed his career)”고 했다. “이 한심한 지도자가 푸틴과 같은 죽음을 맞이하기 바란다(I hope this pathetic leader meets the same demise as Putin)”는 댓글도 있었다.

이 후보의 발언이 한국계 미국인에게 충격을 줬다는 내용도 있다. 한 네티즌은 “내 혈통의 반이 한국에서 온 것을 부끄러워 한 적은 없었는데, 그러나 이것은 (부끄럽다) (I’ve never once been ashamed of my Korean half (half Korean, half Swedish) but this)”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 발언은 북한이 남한을 합병할 때 기억될 것(This will be remembered when North Korea annexes the South)”이라고 했다. 북한이 한국을 침공하면 한국이 북한을 자극했기 때문이냐는 취지의 비판으로 해석된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캡처

레딧에는 ‘한국의 전직 법무부 장관이 우크라이나는 경험이 없는 코미디언 대통령 때문에 침공을 당했다고 말했다’는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지도력이 부족한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나토 가입을 공언하며 감당하지 못할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글을 소개한 게시물이다.

이 글에서 미국 네티즌들은 추 전 장관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평가 절하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그(젤렌스키 대통령)는 세계 대부분의 다른 지도자보다 더 용감하고 유능한 지도자다. 나는 한국이 중국과 북한의 침공을 받고 있을 때 그녀(추 전 장관)이 어떻게 할 지 궁금하다(He’s a braver and more competent leader than most other leaders in the world. I’d really like to see what she would have done if South Korea was under invasion from China and North Korea)”고 썼다.

전 세계 곳곳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위가 열렸다. 25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 모인 수백명의 시위대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떼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2008년 나토(NATO)에 가입하려 했다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도 3만명이 모여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며 행진을 벌였다.

25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국민과 연대를 촉구하는 촛불행진에서 한 시민이 아돌프 히틀러의 상징인 콧수염을 기르고 하켄크로이츠가 이마에 그려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있다. 푸틴의 이마에 써진 문구는 "당신은 역사가 반복될 때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 캐나다 몬트리올, 오스트리아 빈, 스페인 바르셀로나, 포르투갈 리스본,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 일본 도쿄 등 세계 각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 현장마다 푸틴 대통령과 아돌프 히틀러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등장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24일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53개 도시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시위대 수만명이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했다. 러시아 현지 독립감시기구 ’OVD-인포’는 이날 하루 동안 1700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전했다. 러시아에서는 1인 시위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