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이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에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놨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유감’이라는 표현을 썼고,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규탄’이라는 표현을 썼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전쟁범죄”라고 규정하면서 미국의 책임론도 꺼내들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연합뉴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안보경제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통일성과 주권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국이 긴급 대화에 나서 평화적 해결 노력을 끝까지 다해주길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이 후보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계를 ‘위기’라고 부르면서도, 푸틴과 러시아 상원의 우크라이나 파병 결정을 비판하지는 않았던 것보다는 현 상황에 대한 규정이 선명해졌다.

전날 이 후보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합니다’라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우크라이나 상황이 심상치 않다”면서 “관련국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해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지역 분쟁을 넘어 새로운 냉전시대를 초래할 수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에 ‘지역 분쟁’이라고 부르면서 러시아의 책임을 희석시키고, ‘새로운 냉전’이라는 표현으로 러시아와 서방 간 대리전인 듯한 인상을 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언급해 ‘피해자 우크라이나’를 분명히 한 것보다 오히려 후퇴한 표현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러시아를 향해 꺼내든 ‘유감’이라는 표현은 주요 4당 대선 후보중 가장 완곡하다.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후 청와대가 낸 보도자료에서도 “러시아가 유엔헌장을 비롯한 국제법을 위반하고 국제사회의 여망에 반하여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표현이다. 청와대 보도자료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고 했던 표현도 이 후보와 유사하다.

반면 야당의 윤 후보와 안 후보는 한목소리로 러시아를 향해 “규탄”이라는 더 높은 수위의 표현을 썼다.

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며 “러시아의 군사행동은 국제법과 유엔헌장을 위반한 침략행위로 규탄받아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국제법과 유엔헌장을 위반한 침략행위’라는 표현을 통해 국제 규범을 어긴 군사행동이라는 점을 더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최근 발언을 염두에 두고 “우크라이나 상황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라면서 “이를 지구 반대편 나라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21세기 국제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충북 충주 유세에서 “지구 반대편 남의 나라 일이긴 한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문제로 주식시장이 떨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과 국제 경제질서가 훼손돼 대한민국 경제 발전이 위험에 처하고 있다. 이게 바로 전쟁과 불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했었다.

안 후보도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침공 및 수도 키예프를 공습하는 등 본격적인 침략전쟁을 시작했다”며 “세계가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우려하고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계 3차 대전으로 확장될 수도 있는 중대한 국제정세”라면서 “부당한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우리의 동맹 및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과 책임 있게 연대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도 했다.

심 후보도 ‘규탄’이란 표현만 없을 뿐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유엔 헌장은 물론이고 각종 국제법을 위반한 명백한 전쟁범죄”라면서 “이런 비인도적 전쟁범죄에 단호히 반대하며, 러시아는 즉각 전쟁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수도 키예프를 비롯한 주요 도시를 향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며 문제가 되는 구체적 군사행동을 지목하기도 했다. 다만 심 후보는 미국을 향해서도 “냉전 이후 미국의 무분별한 동맹 확장정책과 일방적 독주를 통한 러시아 포위전략이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를 초래했음을 냉정히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