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서방간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해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을 무력으로 탈환하려 할 경우 러시아는 나토와 전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미국은 발트해 연안국가와 폴란드. 루마니아 등에 미군을 파병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가 21세기 유럽에서 터질 수 있는 미국과 러시아 간 전쟁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프 지역 추구예프에서 10일(현지 시각) 제92 기계화 여단 부대원들이 자주포와 장갑차를 동원해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방 벨라루스도 이날부터 본격적인 연합훈련에 들어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군사 충돌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달 러시아가 법률적 안전보장을 요구했지만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러시아의 2월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제기했고 영국도 지난 10일(현지시각) 향후 며칠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전쟁 일보 직전까지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우리 정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며 "전쟁 위기감이 고조된 우크라이나에 있는 600여명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안전을 챙기는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한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재경전라북도민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뉴스1

그러면서 "정부는 당장 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비상시 항공편 대비 등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코로나 사태 초기, 해외 체류 국민의 귀국 항공편이 없어 곤란했던 경험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 제재 조치 등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6일 서면브리핑에서 "NSC 상임위와 실무조정회의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우리 경제와 동북아 정세에 미칠 파급 영향에 대해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해 왔다"며 "외교부와 국정원도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면밀히 상황을 평가하고, 실제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비하여 우리 국민의 안전대책을 세워 왔다"고 반박했다.

반면 이 후보는 별다른 의견이나 입장을 직접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을 관통하는 가스관을 건설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고 하는 등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 9일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대사와 만나 "가능하면 천연가스도 배로 실어 오는 게 아니라 가스관으로 신속하고 저렴하게 도입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며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길을 찾아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안드레이 쿨릭 주한러시아대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현재 카타르나 호주, 말레시이아 등지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으로 수입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러시아가 서방과 갈등을 빚으며 가스관 밸브를 잠가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낙관적 전망만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가스관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21일 러시아에서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의 가스 공급을 차단했다. 이 여파로 유럽 내 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선제타격' 발언에 대한 공격을 우선했다. 그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최승환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가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전쟁의 가능성이 한반도 위에 드리우다'라는 글을 올리고 "선제타격 주장으로 군사 갈등을 부추기며 제2총풍을 시도하는 윤석열 후보가 한반도 전쟁 발발의 가능성을 키우는 4대 요인 중 하나라는 해외 군사 전문가의 분석"이라고 했다. 해당 칼럼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4가지 요소로 '우크라이나 사태', '미군의 능력 쇠퇴에 따른 힘의 공백',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기술 발전', '한국 국내정치' 등을 꼽았고 "남한의 강경파 지도자가 김정은에 대항할 가능성 때문에 제2의 한국전쟁의 위험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다"고 주장하면서 윤 후보의 '선제 타격'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이 후보 선대위 평화외교안보특별위원회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균형감 유지가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전쟁이 임박했다고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긴장감이 과장됐다면서 우크라이나 여행을 해달라고 호소 중이다"라며 "한반도 역시 외국에서는 전쟁 분위기가 과도하게 투영됐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